GOTENSION

Multilingual International Magazine

결국엔 다 친구가 될 거야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 지역인 월셔에 숙소를 잡았다. 전형적인 기숙사형 남녀 공용 에어비앤비였는데, 텍사스에서 온 남자애와 유타에서 온 여자애, 그리고 매일 밤 잠들기 전 “Fuck my world~”를 외치고 자는 필리핀 여자애와 같은 방을 썼다.

뉴욕 맨하탄, 스타벅스에서 걸어 나오다 흑인한테 ‘삥’을 뜯겼다. 시디를 주면서 자기가 만든 음악인데 공짜랬다. 사인해 주겠다고 했다. 자부심이 있는 줄 알았다. 사인이 끝났다. 사인에 팁을 달랬다.

탐피코. 알타미라. 시우다드 마데로. 가족이란 무엇일까? 화목하고 친화적인 멕시코 친구네 가정 분위기는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마치 한류 스타가 된 것만 같았다. 모두가 날 쳐다보며, 자동차 뒷좌석에 있던 아이들은 환호성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한 게이 청년은 날 유혹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에서 ‘찐따’였던 내가 이곳에선 ‘쿨한 찐따’인가 보다. 미국에서도 그랬지만 멕시코에서는 어딜 가나 좋은 대우를 해주며 심지어 소녀들이 사진을 같이 찍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민을 결심했다.

오늘 만떼라는 지방에 왔다. 위험 지역이라 했다. 마약상 카르텔끼리 싸움이 일어나는 시골 지역. 외국인이 시비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난 이동할 때 얼굴을 가리고 말을 하지 말아야 했다.

친구네 가족, 친척들과 함께 며칠간 고메즈 파리아스라는 지역에 있는 엘 시엘로, 보카토마, 라 플로리다라는 곳에 다녀왔다. 인터넷은커녕 전화조차 쓸 수 없는 대자연, 오지, 숲이었다. 행복했지만 은근히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 짱.

칸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에 와서, 기본적인 스페인어 인사말 한두 마디조차 건네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원어민들끼리 통용되는 속도와 표현으로, 알아듣지 못한 직원에겐 짜증으로, 원치 않는 영어 교육의 시혜를 베푸는, 실상은 갑질의 쾌감을 느끼고자 하는 미국인 진상 고객들이 너무 많다. 무슨 민병철이니? 영어는 분명 세계 공용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존중하는 척이라도 하는 태도다.

“곤니찌와!” “니 하오~” 편견과 선입관에 사로잡혀 국적을 알기도 전에 특정 언어로 말을 거는 행위는 정도가 약할 뿐 명백한 인종 차별 행위다. 고로 “안녕하세요”라고 했다고 해서, 우연히 국적을 때려 맞췄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만약 내가 일본인이나 중국인이었으면? 똑같은 거다. 기계적 도덕성을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 예의가 없는 거다. 물론 헤어스타일 때문에 대부분은 날 일본 양아치로 안다.

플라야 델 카르멘. “Ching chang chong!” 아시아, 유럽, 호주, 미주 등 현재까지 대략 30여 개국 이상을 다니며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경멸적 언사를 멕시코에서 들었다. 덩치 큰 흑인에게 ‘N-word’는 죽어도 못 쓰면서 만만해 보이는 아시아인에게 ‘C-word’는 쓰는 현상. 난 곧바로 응수했다. “Fuck you, motherfucker!”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그들의 어두운 피부색, 작은 키, 가난, 어눌한 영어 등을 놀려 줄까 하다 똑같은 인간이 되기 싫어 참았다. 국가의 가난이 슬픈 건 국민이 비싼 집, 비싼 차, 비싼 음식을 누리지 못해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