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이도 운다

누나는 방송국 공채로 입사하면서 정식으로 시작한 성우 일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만족스러운 부분과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바쁜 일에 대한, 업계 사람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아 가끔은 감정에 좌우되기 쉬운 상태로 빠져들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증상이 점차 완화되어갔지만 결혼을 하고 자기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가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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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통상자

우리 집에는 커다란 구급상자가 하나 있었는데 꼬마 시절의 나는 그걸 가지고 노는 게, 그걸 커다란 배로 상상하면서 노는 게 그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거보다 더 재미있었다. 빨간약은 악명 높은 선장이 되었고 붕대는 의사, 핀셋은 검술사가 되었다. 악명 높은 선장은 독한 럼주 대신 안약을 들이키곤 했다. 카드게임 역시 새롭게 창작을 해냈다. 기존에 있던 게임들은 뭔가 시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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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홀랜드 드라이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데이비드 린치의 2001년 작품으로, 나오미 왓츠와 로라 해링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영화는 마치 꿈을 꾸듯 꿈결을 따라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로이 유영한다. 몽환적인 서사와 은유로 제54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 나는 이를 ‘할리우드에 대한 혹은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상징화한 몽환’ 정도로 해석했다(멀홀랜드는 할리우드에 있는 실제 도로명이기도 하다). 분석은 서사가 진행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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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이꾸

후지사와 토루의 만화 <반항하지마>는 신화의 평범성을 다루고 있다. 평범한 영웅의 이야기인 거다. 사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수많은 영웅들을 접해 왔다. 슈퍼맨과 배트맨부터 어벤져스까지 모두 초능력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신화 속 영웅들이다. 동경할만하다. 하지만 우리의 실생활과는 대략 일억 광년쯤 동떨어져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영웅들은 오히려 일상 속에 숨 쉬고 있다. 저질스럽고 우스꽝스럽지만 그럼에도 정의로운 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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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달리고 보는 거야

우리는 바이크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돌았다. 이에 탄력을 받아 떠올린 여행 계획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전거 전국 일주! 자전거로 천하를 재패하자! 결국 우리는 서울에서 땅 끝 마을 해남으로 하이킹을 떠났다. 죽을 뻔했다. 보통 하이킹을 하려면 산악용 자전거 혹은 적어도 좋은 자전거가 필요하다. 우리가 탄 자전거는 신문을 구독하면 줬다. 게다가 접이식! “왜 그렇게 느리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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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웃기는 것이다

우리 밴드는 싱글앨범을 발매한 경력이 있는 인디밴드였다. 그래서 오디션에도 기타를 메고 갔다. 그곳은 바로 국내 굴지의 아이돌 전문 연예 기획사! 아이돌을 꿈꾸는 전국의 수많은 초등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디션이 시작됐다. 일렬로 줄을 서서 순서대로 노래를 불렀다. 어떤 꼬마는 잔뜩 긴장한 나머지 등이 덜덜 떨렸다. ‘너 목으로 바이브레이션 안 되니까 일부러 등으로 넣었지?’ 우리는 타이틀곡을 열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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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경계론

지구는 하나다. 지구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전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작은 다름이 온갖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국가란 그런 거다. 수도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북방계와 남방계, 표준어와 사투리 같은 생김새나 언어가 조금씩 달라지는 거처럼 자신이 속한 국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모종의 특색이 더해지게 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치권도 나눠 갖게 된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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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더 실례잖아

불편한 게 있다. 선후배를 나눠서 사고하는 문화나 그에 따른 요상한 예의범절 등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곳에서 우열을 가르고 싶어 하는 특성으로부터 기인한 것인데, 단적인 예로 이런 거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라는 표현 자체가 구리지만, ‘나이 많은’ 인간과 ‘나이 어린’ 인간이 함께 술을 마실 때 어째서 나이 어린 인간만 고개를 돌려 마셔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게 왜 예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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