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를 묻는다

한예종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여러 대학 출신들이 연합해 주최하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열릴 행사를 준비한 적이 있다. ‘이후를 묻는다’라는 제목의 이 행사는 근로자와 학생들의 권익을 주창하는 진보 계열의 행사였다(그때 나는 홍익대와 고려대 등지에서 열린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꽤나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광장에서 홍보 포스터 촬영도 했는데, 내가 모델이었다. 사진에 실루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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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라는 이름의 돈데크만

치기 어린 생각이었을까? 재야에서, 야생에서 업적을 이뤄내고 싶었다.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났다. “재수까진 괜찮아도 삼수는 진짜 무리 아냐?” “나 8수야.” “그런 게 있어?” “없어.” “보통 8수해서 대학오니?” 맞다. 난 세상에 잘 없는 걸 했다. 물론 그 기간 내내 수험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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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은 비극으로부터

한겨울에 떠나는 동유럽 혹은 중부유럽 여행. 우리는 체코 프라하로 입국해 버스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빈에서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류블랴나에서 블레드로, 다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거쳐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부다페스트에서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로 움직였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벌써 유럽만 세 번째잖아! 남미나 아프리카는 도대체 언제 가는 거냐! 항공권과 체재비를 자꾸만 최저가에 맞추다보니 언젠가부터 돈에 여행지를 맞추게 되었다. 한마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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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페미니스트

예전에는 대놓고, 지금은 그렇게 하면 욕먹으니까 암묵적으로 강제하는 상이 있다. 일명 부속품으로서의 여성. 목욕물 받아 놓고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여성적인’ 아내 상은 이제 완전히 저물어야 한다. 목욕물은 목욕탕 주인이 제일 잘 받는다. “에이, 그것도 옛말이지. 요즘 누가 그래?” 목욕물은 상징일 뿐, 아직도 사회에 그런 기류가 있다니까! 한마디로 ‘드세다’라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부터, 타인에게 직접적 피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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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금 이거 뭔가

한창 대학교 졸업논문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학기 중간에 몰래 북마리아나 제도(사이판)로 날아갔다. 염색을 하려고 염색약을 들고 갔다가 귀찮아서 안하고 다시 들고 왔다. 염색약도 해외여행을 했다. 비행기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심상치 않았다. ‘역시 조금 이거 뭔가…….’ 폭우다! 시내중심가인 가라판에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다. 여행 기간 내내 날씨가 너무 구렸다. 배가 뜨지 못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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