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을 고할 때

다르덴 형제의 영화 <더 차일드>와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타임 투 리브>를 보고 숨이 멎을 뻔한 감동을 느꼈던 씨네큐브. 씨네큐브 말고도 추억이 깃든 영화관들은 많다. 씨네코아, 스폰지하우스, 중앙시네마, CQN, 서울아트시네마, 하이퍼텍나다, 씨네코드 선재 등. 씨네큐브를 제외하면 모두 폐관되거나 이관되었다. 비단 영화관 같은 취미에 관련된 거뿐만 아니라 모든 게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작별을 고할 때, 사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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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밤

수능을 앞둔 가을이었다. 나는 그녀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 천변에서 자전거를 탔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루살이가 너무 많아.” “그러게. 자꾸만 입으로 들어와.” “난 코로도 먹었다니까.” “뭐래. 힘들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그 순간 난데없이 비가 내리더니 폭우로 돌변해버렸다. 우린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페달을 밟았다. “이러다 감기 걸리겠어.” “맞아. 잠깐 다리 밑으로 가서 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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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텐션

이 세상은 최악이다. 온통 불가능성과 한계로 가득 차 있다. 어차피 최선은 없고 주어진 선택지에서 차악을 간택할 뿐이라면 진지한 담론을 진지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우리 삶의 미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독자적인 영감을 선사하는 편이 그렇지 않은 편보다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최종 목적은 자유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카리브 해변에 누워 마가리타 칵테일을 마시는 종류의 자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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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죽음은 예상보다 갑작스러울 수 있다. 내 방 책상 위 벽에는 줄곧 세계전도가 붙어있었고, 나는 그걸 보며 세계 3차 대전을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죽음이 아무리 갑작스럽다고 해도 공백이랄까, 최소한 1초정도의 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세상 마지막 순간에 눈을 감을 때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을 부르고 죽기로 결심했다. 진짜 하나도 안 어울리는 거 안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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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그날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살며시 깨어나 선잠을 자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나는 내 숨소리를 의식적으로 듣게 됐다. 그러다 불현듯 이 숨소리가 내 숨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형언할 수 없는 불안한 마음에 잠시 숨을 멈췄다. 뒤에서 누군가 계속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마구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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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분다

급한 마음에 차창을 내리고 주차장에 있던 경비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봤다. “아저씨, 혹시 캠핑장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모르겠는데.” 우리는 할 수 없이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 근처 맞아. 아저씨가 모를 리 없는데?” “어떡하지?” “다시 돌아가니까 아저씨 없는 거 아냐?” “무서워. 그런 말 하지 마.” “아니면 다시 돌아가니까 아저씨가 캠핑하고 있는 거 아냐?” 여느 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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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이의 모험

내가 유일하게 아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나는 그 강아지를 ‘쿨쿨이’라고 불렀다. 쿨쿨이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항상 잠만 잤다. 한번은 쿨쿨이와 함께 저 멀리 한강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처음 보는 낯선 광경에 불안함도 잠시, 쿨쿨이는 신나게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사료를 사서 먹이자 눈 깜짝할 새 먹어 치워버렸다. 문제는 그 이후 자꾸만 혈뇨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편의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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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의 신

중학교 시절, 내 별명은 장난의 신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장난의 신으로 불렸던 건 아니었다. 원래는 장난의 신의 아들이었다. 장난의 신은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사는 녀석이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우린 위층에 올라가 거기 있던 애들과 장난을 치고 놀았다. 어느새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서둘러 교실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때 나는 계단에서 장난의 신의 다리를 걸고야 말았다(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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