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살고 싶습니다

 다행히 ‘새벽’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보라야.” 나는 슬그머니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 명백아,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무슨 소리야. 연락했는데 네가 다 씹었잖아.” “답장했는데…….” “응, 했지. 이틀 뒤에.” “미안. 내가 원래 그런 거에 둔감하잖아.” 보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곁에서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또 저놈이구먼. 돈도 안 내고 먹는 놈.” “아이, 사장님. 그게 아니라 아무리 주려고 해도 보라가 돈을 안 받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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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사회

휘뚜루마뚜루 헤쳐 나갈 문제도 아니고 각기 다른 주체들을 일직선 상에 나열하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일베, 메갈, 워마드 같은 키워드들이 뒤엉켜 장기간 노출된다는 건 분명 한 사회의 단면을 말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지우는 자신의 저서 <분노사회>를 통해 한국 사회를 ‘분노 사회’로 규정했다.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른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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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명백 오빠!” 헐. 이영이였다. “으악, 네가 왜 여기에?” “나랑 놀자. 데이트하자, 데이트!” 나는 과장되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돼. 너 나 철창 들어가는 꼴 보고 싶니? 너 미성년자잖아!” “엥? 겁쟁이!” 잠시 후. “근데 이영아, 너 아까부터 왜 자꾸 날 따라오는 거니?” “오빠가 좋아서. 몰랐어? 나 오빠한테 완전 빠졌잖아. 아, 그리고 내가 톡 보내면 답장 좀 빨리해. 너무 느려.” 헉. 이거 이러다 조만간 수갑 차겠구나. “그래. 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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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하필이면 내가 그날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어서 보라를 만나게 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일이 이렇게 돼 버리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잖아. 혹시 나한테 노망에 대한 죄책감이 있나? 보라를 구한 게 운명적이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단지 기분 탓일까? 끼익! 헉. 뭐야? 저 여자애 혹시 죽으려고 하는 거 아냐?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수족관 앞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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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자기

 “아이, 세트 메뉴 주문한 게 언젠데 아직도 안 나와!” 대주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 점원에게 짜증을 냈다. “죄송합니다. 손님. 금방 나올 거예요.” 나는 녀석을 뜯어말렸다. “너 이러다 성격 다 버리겠다. 이미 버렸지만 더 버리겠어.” “그러게. 근데 나 오늘 점심도 못 먹고 일했단 말이야. 배고파 죽겠어.” “저분들도 점심 못 먹고 일했을 수도 있잖아. 아니, 아침도 못 먹고 일했으면 어떡할래?” “미안하다.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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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말을 할 줄 아는

 “야, 대박 사건! 나 좋아하는 여자 생겼어!” 내 호기로운 외침에 호태는 바이크에서 내리다 말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 “얼마 전에 얘기한 애 있잖아. 호수 저쪽에 빠졌던. 나 그 여자 구하다가 감기 걸려서 아직도 몸이 으슬으슬하다니까.” 대주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예뻐?” “예쁘냐고? 예쁜 정도가 아냐. 완전 여신이라니까!” “여신이라고? 너무 과장하는 거 아냐?” “아냐, 너희가 직접 한번 봐야 돼. 눈 마주치고 있으면 심장이 터질 거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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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하고도 364일

 노망 사건으로 어머니는 충격을 받았고 얼마 있지 않아 고향인 제주로 귀농을 했다. “괜찮아. 아무쪼록 엄마는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서울에서 너 할 거나 해. 마음도 잘 추스르고. 적금 들어 놓은 거도 깼으니까 매달 조금씩 부칠게. 어차피 할머니, 할아버지도 돌봐 드려야 할 때가 됐잖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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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예능 속 폭력과 웃음의 관계 연구 : (ダウンタウンのガキの使いやあらへんで!!) SP를 중심으로

예술사 학위논문 지도교수 남 수 영 일본 예능 속 폭력과 웃음의 관계 연구 : <다운타운의 가키노츠카이야아라헨데!!> (ダウンタウンのガキの使いやあらへんで!!) SP를 중심으로 2017년 1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과정 영상원 영상이론과 기획전공 여 운 규 일본 예능 속 폭력과 웃음의 관계 연구 : <다운타운의 가키노츠카이야아라헨데!!> (ダウンタウンのガキの使いやあらへんで!!) SP를 중심으로 지도교수: 남 수 영 이 논문을 예술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함. 2016년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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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일생을 바쳐 심오하게 연구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들에 관해 소개한다. 방법 1. 쾌변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먼저 앞집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커다란 창문이 달린 집으로 이사한다. 앞집 아주머니가 빨래를 널 시점에 맞춰 창문을 연다. 친구를 부른 뒤 같이 웃통을 벗는다(이때 바지는 둘 다 근사한 정장 바지를 입는다. 벨트도 맨다). 대낮에 성인 남성 둘이 웃통 벗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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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자살하지 않을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참을 백수로 지내던 그때,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호태, 대주와 함께 바이크를 탔다. 우리는 한참을 신나게 달리다 호숫가에 멈춰 섰다. “잠깐만. 친구 놈이 엽사를 보냈어. 답장해 줘야지.” 나는 최대한 얼굴을 구겨 엽사를 찍었다. 대주가 눈을 흘겼다. “지금 그런 거 할 때냐. 빨리 취직해야지.” 호태가 끼어들었다. “인마, 넌 대학부터 군대, 회사까지 탄탄대로였겠지만 우린 아냐.”  대주와 나는 피식거렸다. 대주는 화제를 돌렸다. “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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