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지게 힘껏 달려가

 나는 이영이와 아쿠아리움에 갔다. 며칠 내내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해 버렸다. “오빠, 아이스크림 먹을래?” 이영이는 로비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리켰다. “응.” “뭐가 또 그렇게 뾰로통해!”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먹으며 아쿠아리움 관 안으로 입장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사방을 맴돌았다. “우와, 대박! 물고기들 짱 많다! 이거 봐, 신기하게 생긴 거도 있어. 저건 진짜 웃기게 생겼다. 그치?” “이영아.” “응?” “넌 내가 그렇게 좋아?” 이영이는 만화 캐릭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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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제는 없다

 무더운 여름, 우리는 바이크를 몰고 서해로 피서를 왔다. 호태는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야, 그래도 서울 벗어나니까 살맛 나지 않아?” “아니, 전혀. 이거 몰고 오다 도로에서 쩌 죽을 뻔했어. 그래서 내가 편하게 기차 타고 오자고 했잖아. 보통 먼 거리가 아니라니까.” 대주는 죽는소리를 했다. “아니, 근데 아까 해수욕장 초입에 있던 공장 봤어?” “봤어. 건물이 완전 큰데다가 거무튀튀한 게 무슨 악의 소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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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타이베이

여름. 대만에 갔다. 한여름의 타이베이는 무진장 더웠다. 북부 해안에 위치한 예류에도 가고 북동부 해안에 있는 이란에도 갔다. 서핑을 하기 위해 찾아간 이란의 한 서핑 숍. 금발의 영국인 알바생은 무지하게 큰 서핑 보드를 내주었다. 서핑! 너무 재밌잖아! 그러나 서핑을 마치고 스피룰리나 맥주를 마시던 사이, 어둠이 찾아왔다. 곧장 기차역으로 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저기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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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

봄. 일본 도쿄에 갔다. 신주쿠, 시부야 같은 명소들을 돌아다녔다. 우동도 먹고 덮밥도 먹고 타코야키도 먹었다. 인공 섬 오다이바에 위치한 덱스 도쿄 비치에 있는 귀신의 집에서 겁에 질린 일행은 나를 뒤로 밀어제치고 앞으로 내달렸다. ‘보통 귀신한테 사람 미니?’ “얘들아, 근처에서 구경하다가 다시 여기로 모이렴.” 꽥! 괴성과 함께 어른들이 귀신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수학여행 중이던 중학생들은 우릴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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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사장에게 땡땡이, 손님 있는 상태에서 만화 보기, 먹을 거 몰래 꺼내 먹기 등의 만행을 들켜 편의점에서 잘리고 말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일어난 모든 일들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젠장. 역시 직업이 없으면 불안하다! 노트북을 열고 닥치는 대로 이곳저곳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국제전자센터 내 게임 숍 알바. 통근 거리가 꽤 있었지만 지하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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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흩날려

 우리는 식당 밖으로 나설 채비를 했다. “보라야, 준비됐어?” “응. 가자. 잠깐만, 주방에 불 안 껐다. 그래서 오늘 어디 갈 건데?” “어디 가고 싶은데?” “어쭈, 준비도 안 해놨단 말이지! 그럼 그냥 술이나 마시러 가자.” 또 술이냐! 우리는 바이크를 식당 앞에 내버려 둔 채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보라는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더 털털해지곤 했다. 매력적이었다. “취하니까 너무 좋은 거 있지. 명백아, 나 있잖아. 취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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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드디어 프리타로서의 삶이 시작되는구나. 굶어 죽지 않으려면 이럴 수밖에 없겠지. “9800원입니다. 할인이나 적립 카드 있으세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삑삑. 간단한 일이었지만 무척이나 심심한 일이었다. 때로는 너무 심심해서 좀이 쑤실 정도였다. 급기야 나는 손님이 없을 때 계산대 밑에서 몰래 만화책을 봤다. 가끔은 손님이 있을 때도 봤다. 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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