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가 불안해요

정서 불안은 대개 대인 관계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대인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경험으로부터 파생된 잡생각, 속생각이 조심성을 불러일으키고, 그 조심성이 피해 끼치지 않는 걸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그건 사실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두려움에 가깝다. 내게 공격을 퍼붓던 타인의 상은 점차 흐릿해져 가지만, 상처로 인해 깎인 스스로에 대한 가상의 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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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고 싶어요

바람? 웬만하면 피우지 마라. 생채기를 주거니 받거니, 서로에게 득 될 게 없다. 당장은 안 그럴지 몰라도 훗날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럼에도 못 참겠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람피워라. 중요한 건 바람을 피운 이후다. 연인에게 여차여차한 이유로 추궁을 당할 때 절대 진실을 고백하지 마라. 때로는 무해한 거짓이 유해한 진실보다 이로울 수 있다. 진실보다 더 큰 예의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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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무하잖아요

EXID의 히트곡 <위아래> 뮤비의 핵심은 ‘절단’과 ‘접합’이다. 꽃의 암술과 ‘접합’하는 발기된 풍선. 입술 혹은 여성의 질을 연상시키는 핑크빛 소파에 앉아 입으로 분 긴 풍선에 입을 맞춘다. 흔든다. 점점 빨리 흔든다. 펠라티오와 핸드 잡. 후렴의 ‘위아래 춤’은 여성 상위 체위다. 개업식이다. 농담이다. 남성 발기다. 안무 자체가 후배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이다. 후배위를 연상시키는 안무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아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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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방지 위원회

 이듬해 봄. 노망이 자살한지도 어언 1년이 지나 버렸다. 나는 ‘자살 방지 위원회’라는 비영리 상담 및 구호 단체를 설립했다. 더 이상 그림자 없이 자살하는 사람들을 만날 순 없었지만 어떻게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보지 못할 뿐 그들은 사회 어딘가에 계속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 한동안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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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순간들을

 나는 카페에서 온 힘을 다해 이영이를 달래 주고 있었다. “미안해, 이영아! 저번에 워낙 급해서 그랬어. 그때 마침 내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을 본다고 설명한 뒤였잖니.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 줘. 응? 부탁이야.” “흥,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다고 그렇게 가 버리는 게 어디 있어?” “내가 뭘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겠니? 노래? 춤?” 나는 온갖 아양을 떨었다. “알았어. 대신……. 오빠가 나 버리고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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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해지고 싶어요

자신감은 섹시하다. 그러나 허세에서 비롯한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금세 바닥이 나거나 기민한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기 때문이다. 허장성세가 많은 사람들의 특징. 열등감, 열패감 같은 것들이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지나치게 큰 목표를 설정하며, 높은 지향점과 남루하고 비루한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왔다 갔다 한다. 원론적으로 허세라는 건 결핍된 부분,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가진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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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코트를 입고 게임 숍으로 출근했다. 헉. 저 여자애 이영이랑 무지 닮았다! 키도 작고 갈색 머리에 다리 짧은 것도……. “명백 오빠! 끝나고 놀자며? 웬일이래?” 때마침 소란스럽게 이영이가 등장했다. “이영아, 마침 잘 왔다. 저기 서 있는 여자애 봐봐. 쟤 너랑 엄청 닮았어. 생긴 게 완전 판박이라니까!” “뭐라고? 말도 안 돼. 내가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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