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고 외박을 했다

먼저 하는 인사가 너무 싫다.
사랑의 온도라는 말이 있듯이 노는 데도 온도가 존재한다.
만나서 점점 더 고조되는 재미.
이런 걸 글로 표현하자면 기승전결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나는 항상 ‘승(承)’에 집에 돌아가야만 한다.

PM 11: 49.
난 오늘도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사실 AM 12:00가 이른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매일 밤 나에겐 이르게만 느껴진다.

내가 맨 처음 통금을 싫어했던 기억은 방방이었다.
초등학생 때 제일 핫했던 방방.
그 방방에 저녁 시간만 되면 저녁밥을 먹고 나온 친구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난 방방을 정말 잘 뛰었다.
친구들과 공중에서 마주치는 눈 맞춤이 정말 달콤했었는데……
난 집에 가야 했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통금을 가지고 있고, 통금을 싫어한다.
개강 파티를 하는 날도, 친구 생일 파티를 하는 날도, 종강 파티를 하는 날도 나는 먼저 인사를 하고 집에 가야 한다.
그렇게 항상 먼저 집에 가던 내가 선택한 건 거짓말.
솔직함을 가장한 거짓말이었다.

학과 특성상 답사를 주기적으로 가는 나는 기간을 늘리거나, 없는 답사를 만들어 놀러 다녔다.
그렇게 3년을 해왔다.
사실 쫄보인 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외박을 한 경우는 일 년에 2-3번꼴이다.
이걸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우스울 수도 있지만,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최근에 있던 일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친구 생일 파티를 위해 외박을 허락받으려고 아빠에게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아마 그날은 내 생에 처음으로 가장 쉽게 외박을 허락받은 날이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사실대로 말했고, 돌아온 대답은 예상 외였다.

“알겠어. 아빠는 믿으니깐, 딸이 여태까지 아빠한테 신뢰를 쌓아 놨으니깐.”

이렇게 역사적인 날, 마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아빠의 저 마지막 말 때문에.
잘 모르겠다.
나는 도대체 아빠한테 어떤 신뢰를 쌓아 왔던 것인지.
솔직함에 대한 어려움이 밀려 들어와 마음을 무겁게 쳐댄다.
애초에 솔직했더라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테지만 통금 이후의 시간에 대해 나는 알지 못했을 거다.
이제 와서 솔직해지자니 솔직보다는 거짓말쟁이에 더 가까워져만 간다.

서른이 다 되어 가는 우리 언니도 통금에 헐떡이며 들어온다.
난 더 이상 곧 통금 시간에 대한 이상한 신뢰 따윈 쌓고 싶지 않아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 사랑하는 부모님이 눈물을 흘릴까 겁이 난다.

솔직함. 흘러온 시간만큼 더 어려워져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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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편집장님, 에디터 이름 좀 바꿔 주세요. 혹시 아빠 엄마가 볼까 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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