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망가진 두 개의 구심점

소녀가 남긴 테이프에는 자살을 택한 13가지의 이유가 담겨 있었고,

테이프는 돌고 돌아 소녀를 짝사랑하던 소년에게 전달된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시작이다.

이 드라마가 큰 이슈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해나 베이커와 클레이 젠슨이라는 두 구심점에 있다.

해나를 통해 현실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문제에 아파했고

클레이를 통해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시즌에 들어서며 두 구심점은 박살이 났다.

해나는 리버티 고교 남학생들을 홀린 창녀가 됐고,

클레이는 해나의 사랑을 갈망했던 조연 A가 됐다.

이 드라마를 이끌던 축이자 힘인 두 캐릭터의 붕괴로

드라마는 중구난방에 작품이 지닌 당위성조차 잃고 말았다.

내가 이 드라마를 기다렸던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옳고 그름이 실현되기를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해자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그녀의 죽음의 원흉조차 법의 심판을 피해 갔다.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며칠간은 잠도 오지 않을 거 같다.

뒤늦게 열린 해나의 장례식에서

클레이가 해나에게 전하는 추모사는

사랑의 고백이자 이별의 고백이었다.

그 순간, 그는 그녀를 보내줄 수 있었고

나도 그녀를 보내줄 수 있었다.

새 시즌에서는 이제 그만 그녀를 놔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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