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대체 결혼 언제 할 거야?

언제부터인지 나는 명절이 싫었다.
1986년 범띠생인 나는 올해로 서른 세 살이 되었다.
작년에 이어 무분별한 질문 공세는 분명 올해도 피할 수 없었다.
일 년에 기껏해야 하루 이틀 보는 친척들은 내 기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왜 시집을 안 가냐고 한다.
처음 한두 번은 쑥쓰러운 듯 좀 더 있다 갈 것이다.
만나는 남자 없다 따위의 핑계를 둘러댔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젠 왜 애인도 하나 없냐고 한다.
무조건 능력 있는 남자 만나야 한다. 라는 무식하고 몰상식한 폭격을 받는다.

저기요? 능력있는 남자는 능력 있는 여자 좋아하거든요?
이제는 아예 니가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다. 니가 너무 보는게 많다.
니가 너무 까다로워서 그런다. 나이 먹으면 더 힘들어진다.
라며 나를 다 아는 듯이 후려치는데 당신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이내 참아버린다.
노인네들이 바뀔쏘냐.
그들의 공격에 하나하나 차분히 대응하려고 해도 곧 묵살당한다.
그들은 자기 할 말만 할 뿐이고 애초에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어디 하나하나 대응해볼까?
과연 내가 눈이 높아서일까?
철저히 이성이란 없이 감성으로 똘똘 뭉친 나란 여자는 소위 말하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 쪽이라
까다롭단 얘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었다.
나이 먹으면 더 힘들어진다?
나이는 많으나 적으나 힘들려면 힘든 거다. 오히려 나이 먹어 가면서 어릴때보다 더 유연하게 남자를 만나왔다.
그러나 내 얘기를 듣지도 않는 코요테들을 닥치게 하느라 결국 남자 친구가 있노라고 둘러대면
능력이 있냐 없냐부터 시작해서 어느 지역 출신이냐, 부모님은 뭐하시냐 성격은 어떠냐 사진은 있느냐며 나를 성가시게 만든다.
또 남자 친구가 있는데 왜 결혼을 안하느냐, 도대체 언제 할 작정이냐 등.

저기요? 저 결혼하면 십만 원 이십만 원 축의금이나 내고 말거면서 무슨 상관이시죠?
결혼식 비용 다 내 주실 거예요? 신혼집 마련해주실 거예요? 아기 낳으면 키워주실 거예요?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세요.
세상 무식하고 몰상식한 인간들이 내 혈육들이고 친인척들이라니 어이가 없네.
야야, 돈 때문에 결혼하니? 작게 시작하면 어떠니? 니가 욕심이 많은가 보다.
이런 소리는 나를 두 번 죽이는 소리.
처참히 즈려밟고들 가시는구려.

이보시오들! 왜 우리 2030 세대들을 n포 세대라고 하는데.
아무리 작고 소박하게 해보려고 해도 최소한의 것들을 갖추는데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르는지 알기나 합니까?
누가 로얄 웨딩이라도 하겠대? 대궐 같은 집이라도 짓겠대?
작은 웨딩홀에서 찍어낸 듯한 결혼식을 할래도 단칸방에서 살아볼래도 그게 공짜로 나오는 줄 알아?
당신네들 젊을 때처럼 남자가 여자 보쌈해가서 집안 살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니란 말이다.
직장 생활 몇년 했으면서 그 정도 돈은 모으지 않았을까 하며 또 오지랖 떨겠지?
여보세요. 저도 쓸데없는 지출 없이 고스란히 적금 들고 잘 모으고 있는데 가족들이 사고쳐서 피눈물 흘리면서 돈 나갔거든요.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그리고 어떤 상황과 여건, 그런거 다 떠나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인데 그런 질문은 삼가해야 하는 거 아닐까?
금수저도 뭐도 아닌 내가 질문을 거절할 권리도 없다니.
이래서 나이들면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구만.
참 입 조심해야 될 일이다.
옛말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님을 절실히 느낀다.
남이면 상종을 안 할 수나 있지.
친척이랍시고 막말을 함부로 갈기는 걸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정말 명절 때만 되면 멀리 도망가고 싶다.

왜 나의 결혼 여부가 그들의 입방아에 올라 안주 거리가 되어야 하는 걸까.
결혼해서 나도 당신네들 사는 꼬라지마냥 살길 원하나? 절대 싫다.
구시대의 유물들이여, 나는 현재를 살테니 상관 말고 갈 길 가소서.
당신들이 나를 후려친다 한들 내 가치가 그대들의 입으로 메겨지진 않는 다오.

내 젊음을 아작내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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