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씨발, 눈치도 없냐?

줄임말이나 신조어 같은 거 질색하는 타입이에요.
전 그냥 그런 거 모르고 우아하고 품위 있는 말만 쓰고 싶어요.
말 한 마디에도 매너와 멋이 스며 있는 건데… 그런 말 즐겨 쓸 만큼 어린 나이도 아니고요.
(나이에 연연하는 것도 싫지만 속 빈 강정같이 늙는 것도 싫거든요).

그런데 최근 정말 신박한 신조어를 발견했어요.

“넌씨눈”

풀이 : 넌 씨발, 눈치도 없냐?

우와! 딱이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눈치 없는 사람이거든요.
아, 물론 누구나 실수는 해요. 저도 그렇고요.
어쩌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내뱉는 눈치 없는 말 정도는 저도 이해하죠.
제가 싫어하는 눈치 없는 사람의 유형은 이런 거예요.

일단 해맑아요.
살면서 큰 우환을 한 번도 겪지 않은 거 같아요.
고생을 안 해 본 거 같아요.
지만 알아요.
뇌에 필터가 없는 거 같아요.
주둥이에도 필터가 없는 거 같아요.
악의는 없어 보여요.
정색하면 나만 이상해질 거 같아요.

그래서 싫어요.
악의 없이 순수하게 내뱉는 상대를 미워하는 내가 싫고요.
또 뭔 말이 나올까 긴장하는 거도 싫고 안 캐물었음 하는 거만 콕 집어 묻는 것도 싫어요.
차라리 싸가지가 없으면 맘껏 원망이라도 할 텐데 참 난감해요.
그래서 그냥 내가 피하게 돼요. 말 섞기 싫어서요.

친구한테 말했더니 요즘 방영하는 인기 드라마에 그런 대사가 나온대요.
세상에서 제일 나쁜 년이 눈치 없는 년이다.
그 작가, 저랑 사대가 맞는 사람인가 봐요.

작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시련이 제 인생에 찾아왔는데 친한 언니랑 통화를 하다 털어놓게 됐어요.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거 같았는데, 금세 인스타그램에 호화로운 허세샷이 올라오더라구요?
저 보라고 그런 거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건데,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던 제겐
그 언니가 좀 눈치 없어 보이고, 왜 저러나.. 싶은 심정이었어요.

“넌 씨발, 눈치도 없냐?”

알아요, 저도. 되게 멋 없는 생각인 거.
어쩌겠어요! 전 쿨병 걸린 환자도 아니고, 예민하고 열등감 많은 사람인걸.

품위 좀 없으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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