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잊고 있었지만 넌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그런 일이 있었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울기만 했던 날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어리고 여렸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었다.
한참을 엎드려 울다가 불현듯 몇 가지 사진들이 커트, 커트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카르마!

이게 다 지난날 잘못 살았던 것에 대한 업보인걸까.
그때 내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 걸까.
나만 느낄수 있고 나만 아는 감정이겠지만 왠지 모르게 분명 과거에 지은 업보 때문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잊고 있었다.
내가 혹독하게 아픈 상처를 줬다는 걸.
난 잊고 있었지만 넌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억이 선명해지고 확신이 들자 머리가 맑아졌고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비겁하게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자존감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날부터 나는 아픔을 겸허히 수용하려 했다.
과거를 반성하며 느리지만 조금씩 치유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거울삼아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그거나 두려움 때문에 먼저 상대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잠깐 그럴까도 생각해 봤는데 역시 아니었다.
좀 더 당당하고 멋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가면서 또 누군가에게 심각한 ‘heartbreaker’가 되어 버릴 거다.

반복, 대물림하진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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