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ASMR에 대한 탐닉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anxiety disorders(불안장애)같은 것이 생겨 이유도 없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을 경험하고 있다.

괜히 타이틀 붙여 일을 크게 만들기도 싫고 아마 다들 나 정도의 불안증은 앓고 있지 않을까 싶어 내버려 두기로 한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어떤 사람이 다량의 음식을 우걱우걱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고백컨데 처음엔 도대체 저런 사람한테 소통하잡시고 채팅을 날리는 인간이나 지원금(?) 따위를 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싶었다.

그러다가 아, 이 음식은 내가 좋아하는 건데? 아, 이건 내가 지금 땡기는 건데? 하며 더 많은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이게 묘하게 중독성이 있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아닌가. 왜지? 먹고 싶었던 걸 저들이 대신 맛있게 먹어 줘서 그런 걸까? 여기서 잠깐. 난 채팅을 읽으며 대화하는 부분이나 메뉴에 대한 설명이 조금 길다 싶으면 바로 넘겨 버리고 먹어 치우는 모습 위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맛에 대한 묘사는 그 정도면 됐으니 닥치고 빨리 먹어 줘! 아삭아삭, 촵촵, 쩝쩝, 바삭바삭, 챱챱!

저들의 저작근이 활발하게 움직여 줄수록 난 더 깊이 빠져 들어갔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나 저녁 퇴근길, 혼밥하는 점심 시간에 난 먹방 다시 보기를 탐닉했다. 어느 날은 가만히 누워 어느 1인 방송인의 먹방을 초창기 때부터 최근까지 모조리 다시 봤다. 단, 내가 못 먹고 싫어하는 메뉴는 패스. (굴이나 닭발, 곱창은 못 본다).

그러다가 접하게 된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으로 바람 부는 소리, 연필로 글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이 있단다. 힐링이 필요한 자들에게 기분 좋은 소름을 선물하는 소리. 저런 거 보고 듣고 하는 사람들은 분명 오타쿠일 거라고 단정지었던 때가 부끄럽게 요즘 ASMR 들으며 잔다. (개인적으로 탕후루, 핫도그, 와플, 초코 케익 등이 좋았다).

먹는다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을 채워 주는 건데, 더군다나 평소 좋아했던 음식을 맛깔나게 먹어 주는 모습과 소리는 지친 내가 누릴 수 있는 정서적 사치인 것이다. 얼마 전 티비에서 ASMR을 분석하는 방송을 봤다. 정말로 뇌파가 기분 좋은 소리를 들었다는 답신을 보내 왔고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 같이 잘 때 듣는 사람도 많았고. 나처럼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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