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꿈을 믿으십니까?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사람은 매일 꿈을 꾸는데 기억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나는 기억하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생각이 많아서 또는 심리가 반영되서, 라고 하기에는 꿈대로 흘러갔던 일들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몽은 13살 때 증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꿈에 나왔던 일이다. 할머니는 우리 반 교탁 앞에 서서 울먹이며 이제 가야한다고 하셨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 양 옆엔 검은 물체가 있었고, 할머니는 동동 떠나가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손을 덥썩 잡아버렸다. 끝까지 놓치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빨라 결국 놓쳐버렸고, 며칠 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검은 물체는 저승사자였을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꿈이다. 무서워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어릴 때 할머니를 끼고 살았던 만큼 마지막 남은 힘을 써 인사를 하고 가시려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져 기억에 남는 거다. 꿈이란 게 그렇지 않나. 아무리 스펙타클한 꿈을 꾸더라도 자고 일어나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할 때 산산히 흩어져버린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 꿈에 대해서는 설령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할지라도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누군가는 내게 말한다. 네가 뭔가에 꽂혀서 꿈에 나온 거라고. 아니. 그렇다면 내가 얼마나 많은 날 동안 꿈에 돼지가 나오길 바라 왔는지 아는가. 돼지 콧구녁 한 번 나온 적 없더라. 작년에는 처음으로 꿈에서 아빠를 만났다. 그렇게도 기다렸는데. 그제야 나와 준 아빠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아빠는 한 번 안아 보자, 아빠는 이제 괜찮아, 라고 하며, 나를 꼭 안아주고 빛 속으로 가셨는데 그 눈빛에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리가 서로 모질이들이라 살아생전에는 서로 절대, 결단코, 단 한 번도 하지 않을 일이다. 낯간지러워 꿈을 빌어 해줬나 보다. 잠에서 깨 많이 울었다. 한참 힘들었을 땐데 힘내라고 안아준 것만 같아서(사실 좀 지나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로또 번호 물어볼 걸 후회했다는).

그 외에도 신비하고 선명하게 남는 꿈이나 ‘Lucid Dream’이라고 하는 자각몽도 자주 꿨는데, 괜히 주변에 얘기했다가 뭔가 괴짜 취급 받는 거 같고 잠을 깊게 못 자서 그런 거라는 소리도 듣기 지겨워 나만 간직하기로 했다. 좋은 꿈을 꾸면 두 세시간만 자도 개운하던데. 한번은 친구따라 우연히 만나게 된 신의 제자라는 사람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넌 꿈을 많이 꾸는구나?”

뭐,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 말대로 조상이 알려주는 거든 뭐든 난 꿈을 많이 꾸는 게 좋아졌다. 잠들기 전에 오늘 나의 수면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으려나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그렇다. 깨어났을 때 꺼림칙하면 그날 조심하게 되고 재수 좋은 꿈을 꾸면 “난 다 잘 되려나 봐!” “더 행복해질 건가 봐!”라며 긍정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

맞다. 어쩌면 난 좀 사차원이고 내 멋대로, 내 맘대로 끼워 맞추는 걸지도. 그런데 꿈이라도 내가 살아가기 편하게 해석하는 게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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