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래

“야! 사귀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래.”
“사귀면 되지.”
“너 나랑 사귈 수 있어?”
“응, 사귀자.”
“뭐?”
“사귀자고. 오늘부터.”
“뭐야, 그게. 갑자기..”
“갑자기 그런 거 아닌데.”
“그럼?”
“나도 너 좋아하나 보지. 너도 나 좋아하잖아. 다 알아.”
“너 취했어. 취했을 때 그런 말하는 거 아냐. 술 깨고 내일 다시 해. 늦었어. 택시 타자.”

“가긴 어딜 가?”
X는 내 손목을 홱 잡아끌었어.
“집에!”
“아, 잠깐만! 집엘 왜 가!”
“그럼 어디 가?”
그는 망설였어.
“같이 있자. 우리 맨날 수업도 같이 듣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러잖아. 너 생각을 해 봐. 상식적으로 내가 관심도 없는 애랑 그러고 다니겠어? 시간이 아깝다, 시간이.”
“그러니까 말해 봐. 뭔데? 너 나 좋아해?”
“좋아해.”
“진짜?”
“그래,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귀자.”

말문이 막혔어. 뭐라고 해야 하지? 어휴, 난 이런 말이나 해 버리고 말았어.
“그럼.. 오늘부터 1일이야?”
수상하지? 내가 봐도 그래. 근데 그땐 몰랐어. 나도 어렸고 걔도 어렸으니까. 평소와 달리 상냥하게 변한 X의 태도가 석연치 않았지만 나도 내심 좋았던 걸까? 욕하지 마. 나, 바보같이 걔를 따라 모텔로 들어가 버렸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별문제 없었어. 아냐, 오히려 좋았지. 하지만 며칠 뒤. 캠퍼스에서 만난 X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날 지나쳐 버렸어. 무리 지어 다니는 애들과 웃음 짓는 모습을 볼 때면 날 비웃는 거 같았지.
‘쟤네한테 내 얘길 했을까..’

“야, 우리 얘기 좀 해. 너 왜 나 피해? 너 단지 그냥, 그날 나랑 자고 싶었던 거야?”
“솔직하게 말해도 돼?”
“응.”
“그날.. 내가 많이 취했었나봐. 미안..”

씨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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