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적으로 생각하기

나는 매우 솔직한 편이다. 비록 갑질 금수저는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크게 눈치를 보거나 다른 이를 속여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았고, 마음을 열고 다가갔을 때 환영을 받은 경험도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내 또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몇 가지 개인적/사회적 계기를 통해 뜨거운 감응 및 인지적 해방을 겪으면서, 솔직해지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가뜩이나 의사소통 방식으로서의 연행(performance)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이다.

#1 대학원 다니기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대학원은 그저 학문 공동체만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학계의 의사소통 방식은 그 바깥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학부 때와는 달리 나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항상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추측하고 조심하며 행동해야 한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가벼운 사람이 되고, 침묵하면 무엇인가를 숨기고 암시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2 페미니즘적으로 생각하기

페미니즘은 나를 솔직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솔직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계륵같은 존재다. 성평등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는 생각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는 페미니즘의 언어를 통해 온전한 나를 드러내고 지지와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고 불완전하다. 나 또한 불완전하다보니 끊임없이 관성적이고 관습적인 사고로 회귀하곤 한다. 페미니즘은 나의 욕망을 꿰뚫기도 하지만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게끔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나 또는 사회를 속이지 않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해야겠고, 더불어 누구든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던 돌팔매를 맞을까 봐 지나친 검열을 하지 않는 따뜻하고 열린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

#3 비건 지향인으로 살아가기

채식은 나를 정말 자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리는 습관이다. 동물성이 아닌 것들만 먹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에 솔직하고 당당해지기가 얼마나 힘든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매번 시험을 당한다. 물론 혼자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내가 속한 사회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할 때 신념을 지키는 일인 것 같다. 채식을 둘러싸고 자신을 어떻게 정체화하는지 보다는 개개인이 가능한 만큼 행동하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넌비건 사회에서도 비건 사회에서도 때때로 소외감을 느낀다. 항상 주변인인 것 같달까..? 인간과 동물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치에 공감한다면,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4 사랑하기

“어떻게 이렇게 편할 수가 있지?” 누군가 당신에게 좋은 의미로 이런 말을 한다면, 그건 당신이 정말 좋다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서로 편안하다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한 나를 보여줄 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할 수 없는 생각과 할 수 없는 말이 많아지면서 솔직함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로맨틱한 것’들이 확고한 성역할에 기반한 상황에서, 로맨스에 죽고 사는 내가 얼마나 많은 로맨틱을 포기했는가..! 그러나 알고 보면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흔들리는 사람들이야말로 솔직하고, 진실되고, 낭만적인(romantic) 사람들이다.

사랑한다면 솔직하고, 솔직해져 더 많이 사랑 받아라.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늘 로맨틱하다.

솔직함 = 편안함 = 사랑..?!

사람들이 나한테 늘 솔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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