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 가이드북

2015년 9월, 나는 현재 남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했다. 2월 말부터 대화를 주고받은 M과 나는 “썸”을 타는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냈고 서로의 답장을 애타게 기다렸다. 일반적이지 않은 점이 있다면, 서로를 대면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M의 음악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나랑 나이 차이가 6개월 밖에 나지 않는 사람이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음반과 재미있는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으니 엄청난 팬이었다. 자신의 음악 계정을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계정을 무작위로 보다가 나의 계정을 찾은 M은 마찬가지로 내 트윗 뒤에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람이 있을 거 같아 자신의 개인 계정으로 디엠을 보냈다. 이후 갑자기 연락이 끊겼지만, 2년 후인 2015년에 나는 내 계정을 되찾았다. 약 8년 동안 트위터 닉네임을 바꾸지 않은 나의 귀찮음이 고마운 순간이었다.

이후 2년 넘게 각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초장거리 연애를 했다. 올해 1월 달에 처음으로 화면이 아닌 실제의 상대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친구나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반응은 “대단하다! 어떻게 서로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오래 연애하지?”다. 어떻게 연애하냐는 말은 즉 1. 어떻게 감정을 유지하며 2. 어떻게 신뢰가 존재하냐는 말인 거 같다. 초장거리마저 극복했고 극복하고 있는 나랑 M은 우리가 아는 모든 이들의 연애 상담사이자 전문가가 되었다.

그래서 장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아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봤다. 하지만 케바케/사바사를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나랑 M은 극도로 사람에게 올인하는 성격을 소유하고 20대 초반답지 않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 보는 것에 대한 관심이 없다. 게다가 M은 현재 학교나 직장을 다니지 않고 음악 활동을 해 매일 스케쥴이 아주 유연하다. 그리고 장거리인 만큼 평균 연애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시간도 더 많이 드는데, 우리는 둘 다 그 점이 피곤하지 않다. 이 중 한 가지만 달라도 아래 팁이 모두 소용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길 바란다.

1. 애인이 없다고 외로우면 힘들다.

지금 시점에서 재미있고 가벼운 연애를 하길 바라면 장거리는 매우 힘들 것이다. 나랑 M은 초기에 “주위에 여자/남자들이 많은데 데이트도 같이 못 가는 나랑 계속 만날 리가 없다.”는 걱정을 서로 많이 했다. 만약 자신이 연애에서 바라는 것이 외로움 탈출이면 친구들과 지내는 게 만족스럽거나 장거리 연애를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 밖에 답이 없다. 즉, 그만큼 서로를 보지 못하고 많이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함께 하는 즐거움보다 작을 정도로 자신이 삶이 이미 풍부하다고 느껴야 한다. 일, 취미, 친구, 자기개발로 시간을 채우고 나 자신이 내 애인인 거처럼 잘 대해라.

2. 장기간 장거리 연애는 웬만해선 진지한 관계여야 한다.

나랑 M은 언제 같은 대륙에 살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같은 도시에 살 마음이다. 다시 말해서 몇 년 동안 장거리를 해도 (그게 3년이든 5년이든 10년이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간이든) 상대가 나의 파트너이길 바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그것을 극복하는 고생이 무겁지 않을 정도로 진지한 관계여야 한다. 국제 연애를 하는 몇 명의 다른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결혼을 할 생각이냐고 물어본다. 양쪽이 상대와 있기 위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갈 마음, 혹은 몇 년 동안이나 기다릴 마음이 확실하지 않으면 버티기 괴로운 상황이 된다.

3. 문자로 싸우면 일만 커진다.

근거리 커플들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문자를 워낙 많이 하는 장거리 연애에서 일어날 일이 더 많아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아예 기분이 나쁘기 시작할 때부터 전화를 하거나 더 좋은 방법인 영상 통화를 해라. 문자로 싸우면 온라인 댓글을 보고 답장하는 마냥 상대방이 사람이라는 걸 잊기 쉬워진다. 표정, 말투, 몸짓이 없는 건조한 문자만 보면 함께 있을 땐 신경도 안 쓰이는 것들이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 싸울 일이라도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는 서로를 대면하고 얘기로 풀어 나가면 훨씬 더 침착하지 않나? 목소리라도 들으려 하자.

4.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자신이 필요한 시간을 미리 알려줘라.

언제 연락이 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상대에게 집중적으로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필수적이다. 아까 말한 듯이 M은 음악가라 공연이나 녹음 날이 아닌 이상 시간 제약을 거의 안 받는다. 우리가 하루 종일 문자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이다. (물론 하루 종일 계속적으로 대화를 쭉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느려도 2시간 안에는 알찬 답장이 온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독일 국제 장거리 연애를 한 어떤 커플은 남자 분이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고 (심지어 스마트폰도 연애 초기에는 없다고 했다.) 여자 분은 바쁜 작가 활동을 해 주중에는 연락을 거의 안 하는 대신 주말에는 둘다 스케줄을 무조건 비웠다. 서로의 일과 자기개발 시간을 존중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장거리 연애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하다. 데이트를 대신하는 게 연락을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한쪽은 하루 종일 연락이 되어야 마음이 편한데 상대방은 힘들 경우,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대놓고 하루 종일 문자를 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무시”가 되어버린다. 오해와 상처가 생기기 전에 미리 내가 연락을 하지 못하는 시간과 하루에 어느 정도 연락이 되어야 마음이 편한지를 소통하자.

5. 실제로 만날 계획을 세우고 지켜라.

3년 가까이 행복하게 연애를 하면서 제일 즐거웠던 시간은 같은 공간에 있을 때다. 만날 때까지 2년 넘게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교환을 가든, 여행을 가든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볼 거라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이든, 1년에 2개월이든 만나러 갈 수 있는 시간을 찾아라. 그리고 그 시간이 왔을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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