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환상

“네가 나영석 PD보다 3배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된댔어.” 아버지는 가끔 환상을 봤다. 하나님으로 대변되는 영적 존재를 만나 나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술회하곤 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또다시 편지를 썼다. 지난번보다 더 진한 편지였다.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의 원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완벽한 게 없습니다. 한시적으로 온전한 거처럼 느껴지다가도 금세 사라지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 참 빠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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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에 갔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갔다. 백인 금발 미녀들의 천국이었다. 처음으로 여행 유튜브를 찍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인연을 만들고자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추근거렸다. 니기미! 전부 실패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했다. 망할! 그게 전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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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광분

“그래서 지금 날 해치고 싶은 거야?” “네가 먼저 날 상처받게 했잖아.” “무슨 상처?” “…….” 그해 여름, 우린 어떤 한때를 보냈다.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낸 한 폴란드 친구를 통해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많은 걸 함께 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그런 일 없었잖아. 우리 그날 되게 맛있는 저녁도 먹고 산책도 하고 그랬잖아!” “시끄러워. 자꾸 그러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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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마법사 알달콩

마이너스 통장을 찍으며 생활고에 시달릴 때가 있었다. 나는 가난했고, 그녀는 바빴다. “오빠 마음이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어.”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우린 그렇게 이별을 했고, 나는 태어나 가장 많이 사랑했던, 가장 많은 사랑을 전해 줬던 여자를 놓쳐 버렸다. ‘오빠, 후회할 거야.’ 정말 후회를 했다. 잃기 전까지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나는 바보 같이 그녀를 아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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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의 망령

막스 베버는 자신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국가를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로 정의한 바 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최빈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기까지 개인을 사회적 동력으로 희생해야 했던, 그래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며 먹고 살 수 있었던, 그저 밥이나 빌어먹고 살고 싶으면 억울한 일, 부당한 일을 당해도 권력에 머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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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티아

내게는 영혼의 단짝, 소울 메이트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캐티아. 지구 반대편 멕시코 만 연안에 있는 도시 탐피코에 사는 그녀는 의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가벼운 관계의 표상인 온라인에서 만나 삶의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왔다. 그들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적 상처에 관한 것이었다. “캣, 우리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당연하지!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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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퀘어] 정치적 올바르지 않음

<더 스퀘어>는 미디어가 공인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방식과 ‘정치적 올바르지 않음’이 한 개인의 삶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작동될 수 있는가에 관해 화두를 던지며, 서방 선진국 문화의 지적 허영과 모순을 냉소하고자 한다. 151분의 긴 러닝 타임 내내 보다 심오한, 철학적 난제를 통해 유머를 형성하는 지점으로 들어갈 수 있을 법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딱 거기까지다. 피상적이고 표면적이다. 기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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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멤버들의 별명을 분석하다

빅뱅에서 태양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제각기 독특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마탑, 대마드래곤, 염라대성, 섹스승리. 그중 염라대성은 본명을 이용한, 기가 막히게 잘 지은 별명에 해당한다. 물론 대성이 차로 치기 전 그분은 이미 사망에 이른 상태였고, 밤길인데다가 도로에 누워 있어 어쩔 수 없었단 걸 잘 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가능하다. “아무리 그래도 보통 시체 때리니?” 사실 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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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멕시코를 꺾는 유일한 방법

14,000,605개의 미래를 봤다. 그 수많은 가능성 중 월드컵에서 한국이 멕시코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비장의 무기인 이 선수를 투입하는 것이다. 하석주.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 전에서 프리 킥으로 한 골을 넣은 후 너무 신난 나머지 양발로 백태클을 했다. 세상에 저런 기술은 없다고 항의하는 멕시코 감독. 차범근 감독은 은근히 그 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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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 있는 최고은에게

하늘나라에 있는 최고은에게.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전 선배님의 대학 후배예요. 생활고로 인한 선배님의 죽음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죠. 국가에서는 부랴부랴 예술인 복지법, 소위 ‘최고은법’을 제정, 시행했고요. 하지만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예술인들의 삶은 아직까지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단 소식을 전해 드려야 할 거 같아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저도 내일 뭐 하지가 아니라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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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벤은 해미를 죽이지 않았다

물품 배달 일을 하는 종수(유아인)와 판촉 행사에서 춤을 추는 해미(전종서), 불현듯 둘 사이에 끼어든 벤(연상엽). 종수와 해미는 어릴 적 동네 친구다. 그들이 살던 동네는 파주의 한 마을, 저 너머 북한이 보이는 경계 도시다. 종수는 아직도 그곳에 산다. 텔레비전 뉴스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외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압적인 지시로 어머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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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구원파가 아니라 막가파다

농담이다. 본질은 박진영이 구원파든 구원파가 아니든 상관이 없단 거다. 보도가 의제를 설정할 수 있을 때는 선악과 관련할 때뿐이다.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이 부재하고 공적 영역에 대한 도덕성 요구의 잣대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회의 틀을 이용한, 가벼워 보일까 봐 은근히 진지함의 열망과 엮으려는 의도가 다분한, 영달에 급급한 악의적인 보도다. 예를 들어, 박진영이 진짜 막가파라서 ‘어머님이 누구니’하며 어머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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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은 편파적인가

김어준은 편파적인가. 맞다. 편파적이다. 그러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특수 관계인의 주장을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싣는 행위 자체가 그의 무죄를 외치는 일로 다뤄져선 안 되며,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사안에 관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가 아니라 어떻게든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안의 본질을 호도할 수 없도록 피해자 중심주의로 가되 전복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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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주세요 나의 순정을

예전에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의 좌파 정당이 있었다. 당이 생겨났을 무렵, 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매달 당비를 오천 원씩 냈다. 그냥 냈다. 젊은 날의 유행병이나 열병 같은 거였다. “알바 끝나고 집에 와서 이회창 지지하면 이상하잖아?”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말인데, 돌려줘라(오래전에 정당도 해산했겠다, 돌려주기 뭐하면 OK캐쉬백 포인트로라도 돌려줘라). 난 기초생활수급자도 차상위계층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해직 혹은 급여, 연금, 의료비 수급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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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오빠들을 괴롭히지 마

워너원 ‘대딸각’ 이슈가 터졌다. 최근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연관 지어 과장된 해석을 품는 댓글들이 눈에 띈다. 해당 발언이 음반도 사고, 상품도 사고, 공연에도 가는 팬들을 성희롱했다는 거다. 아이돌에게는 팬들이 일종의 투자자의 개념인데, 어떻게 자신들에게 돈을 쥐어 주는 투자자들을 성적으로 기만할 수 있느냐 하는 얘기다. 이는 특정 이슈가 터지면 쟁점이 그 시기에 가장 지배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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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무하잖아요

EXID의 히트곡 <위아래> 뮤비의 핵심은 ‘절단’과 ‘접합’이다. 꽃의 암술과 ‘접합’하는 발기된 풍선. 입술 혹은 여성의 질을 연상시키는 핑크빛 소파에 앉아 입으로 분 긴 풍선에 입을 맞춘다. 흔든다. 점점 빨리 흔든다. 펠라티오와 핸드 잡. 후렴의 ‘위아래 춤’은 여성 상위 체위다. 개업식이다. 농담이다. 남성 발기다. 안무 자체가 후배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이다. 후배위를 연상시키는 안무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아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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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타이베이

여름. 대만에 갔다. 한여름의 타이베이는 무진장 더웠다. 북부 해안에 위치한 예류에도 가고 북동부 해안에 있는 이란에도 갔다. 서핑을 하기 위해 찾아간 이란의 한 서핑 숍. 금발의 영국인 알바생은 무지하게 큰 서핑 보드를 내주었다. 서핑! 너무 재밌잖아! 그러나 서핑을 마치고 스피룰리나 맥주를 마시던 사이, 어둠이 찾아왔다. 곧장 기차역으로 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저기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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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

봄. 일본 도쿄에 갔다. 신주쿠, 시부야 같은 명소들을 돌아다녔다. 우동도 먹고 덮밥도 먹고 타코야키도 먹었다. 인공 섬 오다이바에 위치한 덱스 도쿄 비치에 있는 귀신의 집에서 겁에 질린 일행은 나를 뒤로 밀어제치고 앞으로 내달렸다. ‘보통 귀신한테 사람 미니?’ “얘들아, 근처에서 구경하다가 다시 여기로 모이렴.” 꽥! 괴성과 함께 어른들이 귀신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수학여행 중이던 중학생들은 우릴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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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사회

휘뚜루마뚜루 헤쳐 나갈 문제도 아니고 각기 다른 주체들을 일직선 상에 나열하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유아인이나 한서희, 일베, 메갈, 워마드 같은 키워드들이 뒤엉켜 장기간 노출된다는 건 분명 한 사회의 단면을 말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지우는 자신의 저서 <분노사회>를 통해 한국 사회를 ‘분노 사회’로 규정했다.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른 표현이 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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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일생을 바쳐 심오하게 연구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들에 관해 소개한다. 방법 1. 쾌변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먼저 앞집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커다란 창문이 달린 집으로 이사한다. 앞집 아주머니가 빨래를 널 시점에 맞춰 창문을 연다. 친구를 부른 뒤 같이 웃통을 벗는다(이때 바지는 둘 다 근사한 정장 바지를 입는다. 벨트도 맨다). 대낮에 성인 남성 둘이 웃통 벗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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