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비행기

 사고가 났다. 사거리 한복판에서 트럭과 부딪친 바이크는 단숨에 전복되었고, 호태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의식이 없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한걸음에 달려온 지혜는 이내 휴학 중이던 대학을 그만두었다.
 지혜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휴학 이후 줄곧 근무해 온 유치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죄송해요. 저번에 말씀드렸던 거처럼 이제 풀타임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없을 거 같아요. 아뇨, 그만두는 건 아니고요. 저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일이 계속 필요해서요. 파트타임 같은 형식으로 아이들을 돌보면 어떨지……. 안 될까요?”

 준이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호태 어머니에게 맡겨졌다.
 “지혜야, 우리 왔다.”
 호태 어머니와 아버지가 준을 안고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네가 고생이 많다, 아가! 어이구, 그러게 그놈의 바이크인지, 오토바이인지는 왜 자꾸 타 가지고 이 고생을 시킨다니……. 아, 그리고 지난번에 대학 사람들한테 연락 왔잖니. 학과에서 십시일반으로 병원비 모금을 시작한대.”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는 일침을 가했다.
 “아따! 이 양반아, 지금 그게 문제야? 아들이 깨어나야 할 거 아냐, 당신 아들이!”
 그때 준이가 호태를 가리키며 지혜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아빠 아파?’
 지혜는 자세를 낮추며 준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응, 준아, 그래. 아빠가 아파. 그래서 지금 쿨쿨하고 자고 있어. 아빠 얼른 깨어나서 같이 놀 수 있게 되길 기도하자.”
 지혜는 자는 모습과 기도하는 모습을 수화로 표현했다. 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어머니는 지혜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그래, 어서 유치원 가 봐야지? 아이들이 선생님 기다리겠어.”
 “감사해요, 어머니. 정말 죄송하고요. 곁을 좀……. 지켜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아이고, 걱정 마라. 뭐가 감사하고 죄송하니. 우리 아들이다, 얘! 그나저나 네가 고생이다. 병실 지키랴, 생활비 벌랴.”
 지혜와 어머니는 서로를 마주 보며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병실에서 교대를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말도 마라, 얘. 준이가 또 집에서 하루 종일 징징거렸지 뭐니!”
 신기하게도 준이는 병원에만 오면 울지 않았다. 보채지도 않았다.
 ‘엄마, 그림!’
 준이는 지혜에게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지혜는 준이가 그린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림에 등장하는 굴뚝 달린 집에는 호태와 지혜, 준이 그려져 있었다. 웃는 얼굴을 한 채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실제보다 큰 몸집으로 그려진 아빠. 울퉁불퉁한 근육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지혜는 그 근육이 마치 건강한 아빠의 모습을 기원하는 준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곁에 있던 준을 힘껏 끌어안았다.
 “준아, 걱정하지 마. 이제 아빠 잠 다 잤대. 안 졸리대. 얼른 깨어날 거래. 깨어나서 힘센 슈퍼맨 아빠가 될 거래. 그래서 준이를 안고 빙글빙글 돌려 줄 거래.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태워 줄 거래.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래…….”
 낯선 밤. 그리고 낯설지 않은 밤. 짙은 어둠이 깔린 중환자실 문틈 사이로 가느다란 빛이 새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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