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지게 힘껏 달려가

 나는 이영이와 아쿠아리움에 갔다. 며칠 내내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해 버렸다.
 “오빠, 아이스크림 먹을래?”
 이영이는 로비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리켰다.
 “응.”
 “뭐가 또 그렇게 뾰로통해!”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먹으며 아쿠아리움 관 안으로 입장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사방을 맴돌았다.
 “우와, 대박! 물고기들 짱 많다! 이거 봐, 신기하게 생긴 거도 있어. 저건 진짜 웃기게 생겼다. 그치?”
 “이영아.”
 “응?”
 “넌 내가 그렇게 좋아?”
 이영이는 만화 캐릭터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
 “응, 나 오빠 많이 좋아해. 난 밀당하는 거 싫어. 애태우고 마음 졸이고 그게 뭐야.”
 “내가 왜 좋은 건데?”
 “음……. 그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인데. 그냥 좋아.”
 “에이, 그런 거 말고. 그냥이라고 말하기 없음!”
 “어려운데! 오빠가 명백 오빠라서 좋은 건데? 그냥……. 그냥이 정답인 걸.”
 “그래? 그럼 특별한 이유는 없는 거네?”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오빠, 설마 모솔이야?”
 “오잉? 뭣이! 이래 봬도 소싯적에, 왕년에 인기 폭발남이었다고!”
 “소싯적? 왕년?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너무 옛날 말을 썼구나. 그것도 외국인한테. 근데 밀당, 모솔 같은 말은 잘도 아네.”
 “뭐라고? 너무해. 외국인이라니!”
 이영이는 장난스럽게 앙탈을 부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부릉! 나는 평소처럼 이영이를 집에 바래다주었다. 집으로 향하던 길, 달동네 언덕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사람을 발견했다. 연로하고 노쇠한 할아버지였다.
 “아이고, 총각! 왜 나를 구했나. 늙어서 주책이지.”
 “무슨 소리예요, 할아버지. 끝까지 살아야죠!”
 나는 계단에 걸터앉아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어 주기로 했다.
 “매일 폐지 주울 때 쓰던 오토바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교복 입은 애들이 나타나 그 오토바이를 훔쳐 갔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걸어 다니면서 폐지를 주웠는데 그저껜가 언덕에서 나자빠진 거야. 아이고, 내가 부양가족이 있나 뭐가 있나. 폐지를 팔질 못하니 죽 끓여 먹을 돈도 없고……. 이럴 바엔 언덕에서 제대로 다시 굴러 생을 마감하자 싶었던 거지.”
 나는 할아버지에게 빵과 우유를 사다 주었다.
 “할아버지, 오토바이 번호가 어떻게 된다고요?”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훔친 저 중학생 두 놈을 잡아라! 난데없이 추격전이 벌어졌다.
 나의 애마야, 가슴이 터지게 힘껏 달려가! 마음의 상처가 날릴 수 있게!
 나는 전속력으로 녀석들의 뒤를 쫓았고, 녀석들은 호숫가로 접어들었다.
 깔깔. 어리석은 놈들, 이 공원은 내 구역이란 말이다!
 공원 지형에 익숙했던 나는 녀석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고, 결국 붙잡는 데 성공했다.
 “더워 죽겠다. 오늘도 푹푹 찌는구나.”
 혼잣말을 마친 나는 녀석들을 후려치는 시늉을 했다.
 “으악, 죄송합니다!”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는 거 재밌었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재밌었냐고. 묻는 말에 답해.”
 “아뇨.”
 “아니라고? 재미없는데 왜 타고 다녔어? 솔직하게 말해 봐. 지금 너희 선택 잘 해야 돼. 재밌었는데 재미없었다고 거짓말하면 죽는다!”
 “재밌었어요…….”
 “그래, 재밌었구나. 너희가 재밌을 동안 할아버지는 죽을 뻔했어.”
 “죄송합니다…….”
 “이 멍청하고 악랄한 새끼들아, 가난하고 헐벗은 할아버지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오토바이를 훔쳐? 그건 최악의 행동이야. 차라리 돈 많고 잘난 인간들 걸 훔쳐. 그 사람들은 그거 없어도 안 죽어! 근데 할아버지는 죽는단 말이야!”
 녀석들은 고개를 숙이고 뒷짐을 진 채 말이 없었다.

 “할아버지, 오토바이 돌려 드리러 왔어요. 이 자식들이 할아버지 오토바이 훔친 놈들이에요. 어떻게 할까요? 개 잡듯 두들겨 팰까요? 일단 얘네 부모한테 가서 애들 교육 좀 잘 시키라고 한 다음에 부모도 수준 이하로 나오면 경찰에 신고하려고요.”
 나는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그러지 마, 총각! 이 늙은이가 부탁하네. 혈기 왕성한 어린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난 괜찮으니까 조용히 집에 돌려보내 주게.”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손길로 녀석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늙은이를 내팽개친 자식이지만, 꼭 아들놈의 자식 같은……. 손자 같은 애들이구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후덥지근한 바람에 노을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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