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는 없다

 무더운 여름, 우리는 바이크를 몰고 서해로 피서를 왔다. 호태는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야, 그래도 서울 벗어나니까 살맛 나지 않아?”
 “아니, 전혀. 이거 몰고 오다 도로에서 쩌 죽을 뻔했어. 그래서 내가 편하게 기차 타고 오자고 했잖아. 보통 먼 거리가 아니라니까.”
 대주는 죽는소리를 했다.
 “아니, 근데 아까 해수욕장 초입에 있던 공장 봤어?”
 “봤어. 건물이 완전 큰데다가 거무튀튀한 게 무슨 악의 소굴 같더라.”
 호태는 몸서리를 쳤다.
 “왜 그런 시설이 바닷가에, 그것도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거지?”
 “그러게. 그 새끼들 공장 폐수 다 바다에 버린 거 아냐?”
 “웩! 나 수영 안 해.”
 “수영하고 나오면 몸이 기계처럼 돼 있는 거 아냐?”
 “몸이 사이보그야. 수영 겁나 잘해.”
 우린 다 같이 깔깔거렸다.
 “근데 농담이 아닐 수도 있는 게 공장 앞에서 누가 1인 시위하고 있던데?”
 “그러니까. 걔가 바로 사이보그야.”
 나는 타이밍 좋게 일침을 가했다.

 우리는 수영을 하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 나는 맥주를 콸콸 따르며 심정을 토로했다.
 “또 그 얘긴데 말이야. 나 아무래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을 살려야 하는 운명인가 봐. 긴가민가했는데 이제 확실해졌어. 궁금한 건 왜 자꾸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어.”
 “하하, 정확히 언제부터 그랬다고?”
 대주는 호태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부터라고 몇 번을 말했니.”
 호태는 눈을 번뜩였다.
 “야! 알겠다. 그거 혹시 뭐 그런 거 아냐? 트라우마 같은 거. 그런 게 생겨서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보게 된 거지.”
 “그렇다고 해도 그건 내면적인 거잖아. 왜 외면적으로 사람들이 나타나느냐고.”
 나는 열변을 토했다.
 “그럼 일종의 카르마 같은 건가?”
 대주가 덧붙였다.
 “카르마?”
 “업보 같은 거 있잖아.”
 “으하하, 요즘 그런 걸 누가 믿어?”
 호태는 박장대소했다.
 젠장. 이 녀석들은 역시 도움이 안 돼. 여기 오니까 보라가 더 보고 싶다. 이따 전화라도 한번 해볼까?

 다음 날 아침. 우린 모두 속이 쓰렸다. 대주는 툴툴거렸다.
 “맨날 남자끼리 이게 뭐냐. 다들 합석해서 노는데 우리만…….”
 호태가 구시렁거렸다.
 “얌마, 나 유부남이야.”
 “넌 그렇다 치고 명백이는 왜 또 저렇게 욕구가 없대. 아주 스님 났어!”
 나는 배시시 웃었다.
 “나한텐 보라가 있잖아.”
 “보라 같은 소리하네. 그놈의 짝사랑 누가 알아주긴 하냐! 어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가기 전에 수영이나 한 번 더 하고 가자.”
 어제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보라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 뚜뚜. 여보세요? 나는 벌써 한 시간째 보라와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그동안 보라와 이렇게 길게 통화해 본 적이 없었다.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연 것일까?
 뭐야, 이거 연인이라도 된 기분이잖아! 앗? 저게 뭐지?
 해수욕장 초입에 있던 공장이었다. 공장 지대라고 칭하기엔 상당히 초라한 곳이었다. 그곳에는 한 중년 사내가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팻말을 들여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지나가던 사람인데요. 혹시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 애가 실명을 했어요. 저기 저 공장 좀 보세요. 딱 봐도 근로 환경이 열악해 보이지 않아요? 애가 학자금 대출 갚을 돈 모은답시고, 방학 때 글쎄, 저길 가서 일했다는 거예요. 사실 이건 말하기 뭐한데, 예전에 딸애가 병원을 다녀온 뒤로 글쎄, 자살을 하려고 했었나 봐요. 얼마나 서러운 업인지……. 다행히 요즘은 좀 잠잠해졌어요. 앞날이 창창한 애들이 그런 사고를 당했으니 분통해서 원.”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뭐? 알았어! 곧장 그리로 갈게. 어디라고?”
 아저씨는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며 팻말을 가방 안에 쑤셔 넣었다. 택시가 도착했다.
 “아저씨, 이 사건에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데 방해가 안 된다면 저도 따라 가도 될까요?”
 아저씨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병원 응급실. 모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여보, 저번에도 그러더니 애가 또 숨을 참았나 봐. 방에서 핏줄이 선 채 얼굴이 시뻘게져 있는 걸 발견했잖아. 등을 팍 치니까 숨을 탁 쉬는데! 어지러워하더니 금방 쓰러지더라고.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데려왔어. 어휴, 아무리 괴로워도 그렇지.”
 “병원에선 뭐래?”
 “병원에서는 뇌압이 상승해서 현기증이 와 기절한 거라는데……. 모르지 뭐.”
 “에이그, 이 미련한 것아…….”
 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딸을 꼭 껴안았다. 나는 곁에 멀뚱히 서서 우리 가족을 떠올렸다. 먼저 간 노망과 어머니. 그때 그녀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미세하게 흐릿했다.
 “안녕하세요. 전 명백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휴대 전화 부품 공장이었는데 대개 공장 일이 그렇듯 단순 반복 노동이었어요. 문제는 일하면서 우리가 메탄올을 다루는지도, 메탄올이라는 독성 물질에 어떤 위험이 내포되어 있는지도 안내받지 못했다는 거예요. 일한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 눈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상태가 점점 더 악화돼서 결국 2주도 못 버티고 나왔어요. 그리고……. 실명을 했어요……. 지금은 피해 가족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병원 진료 후기 같은 것도 공유하고요. 웃긴 건 그런 모임이 조직되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건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새파랗게 젊은 20대 아들, 딸들이 부모의 손과 팔, 어깨를 붙잡고 한 걸음씩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자식 대신 1인 시위를 한 거였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어제 사이보그라고…….

 “예전에도 억지로 숨을 참으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맨 처음 실명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도 절망적이어서…….”
 “병원은 계속 다니신 거죠? 지금은 시력이 어떤 상태예요? 진전이 좀 있나요?”
 “아뇨. 지금은……. 아직은 빛을 지각할 수 없는 완전한 어둠의 상태, 완전 실명 상태예요.”
 그녀는 ‘지금은’에서 ‘아직은’으로 말을 바꾸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정적이 흘렀다.
 “뭘요. 명백 씨가 왜 죄송해요. 죄송할 게 없죠.”
 “죄송합니다.”
 “네? 아, 저 괜찮아요.”
 “아니에요. 이 사건이 뉴스에도 나왔다고 하셨는데 전 그런 일이 벌어진 줄도 몰랐어요. 완전히 딴 세상 이야기도 아니고 저랑 같은, 제가 속한 청년 문제인데……. 몰랐어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해서, 목소리를, 외침을, 절규를 외면해서 죄송합니다!”
 그녀의 눈에 반짝이는 눈물이 어렸다. 일순간이었지만 그녀의 그림자가 한층 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 자판기 앞에서 아저씨를 마주쳤다.
 “다음 주에 또 서울 올라가요. 검사 한 군데 더 받으러. 대학 병원들이 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한참을 기다렸어요. 에이그, 더러운 놈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어디 하루 이틀 그런대요. 막상 입원해도 간호사들만 왔다 갔다 하고 의사들은 코빼기도 안 내밀지. 요즘은 중장비 운용 자격증 하나 따려고 공부 중이에요. 막노동으로 돈 버는 건 한계가 있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나이도 있고 해서 몸이 못 버텨 줘요. 이렇게 차곡차곡 모아 뒀다가 만에 하나라도 수술할 수 있다고 하면 그때 바로 수술해 줘야죠…….”

 청년 문제는 없다. 우리 모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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