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자살하지 않을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참을 백수로 지내던 그때,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호태, 대주와 함께 바이크를 탔다. 우리는 한참을 신나게 달리다 호숫가에 멈춰 섰다.
 “잠깐만. 친구 놈이 엽사를 보냈어. 답장해 줘야지.”
 나는 최대한 얼굴을 구겨 엽사를 찍었다. 대주가 눈을 흘겼다.
 “지금 그런 거 할 때냐. 빨리 취직해야지.”
 호태가 끼어들었다.
 “인마, 넌 대학부터 군대, 회사까지 탄탄대로였겠지만 우린 아냐.”

 대주와 나는 피식거렸다. 대주는 화제를 돌렸다.
 “야, 근데 명백아, 너 그때 솔직히 좀 그랬어.”
 “뭐?”
 “너 그때 비싼 명품 바진가 뭔가 생겼다고 좋아할 때, 같이 라이딩하고 걷다가 방귀뀔 때 바지 내려서 엉덩이 까고 뀐 다음에 다시 입었잖아. 솔직히 뭐랄까, 좀…….”
 “하하, 자식. 그때 바로 말을 하지. 불편했구나?”
 “딱히 내가 불편하달 건 없는데……. 뭐라 해야 되지?”
 “이야, 이거 대기업 다니시는 입장에서 봤을 때 안쓰럽고 그랬던 거구나?”
 “그게 아니라 좀, 약간, 되게……. 병신……. 같았어.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진짜 뭐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약간 좆병…….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어.”
 호태가 또 끼어들었다.
 “으하하, 대주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굳이 표현을 그렇게 세게 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대주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머뭇거렸다.
 “딱히 그렇다기보다는. 아무튼 명백이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빨리 취직해라. 중소기업 같은 데는 고졸 사원 많이 뽑을 거야.”
 “관심 없다. 그래, 넌 네가 원하는 데 취직해서 좋겠다!”
 마지막 ‘좋겠다’ 부분에서 삑사리가 났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재빨리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지금은 이래봬도 세계를 놀랠 준비를 하고 있대도!”
 “너 진짜 유튜브하려고? 일러스트레이터인가 뭔가, 그림 그리는 작가한다며?”
 “이 새끼 답답하네. 세상이 바뀌었어. 요즘은 뭘 하든 유튜브로 홍보해야 돼.”

 나는 대주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밀고, 얼마 전에 올린 유튜브 영상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등장한 내가 가만히 멈춰 있다 갑자기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왁!’하고 놀랜다.
 “으악, 깜짝 놀랐네!”
 “제목! 세계를 놀라게 할 영상!”
 순간적으로 호태가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근데 이거 조회수 3이야!”
 우리는 한참 동안을 웃어 젖혔다. 때는 벌써 늦은 저녁. 호수 위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저녁이었다.

 대문 앞. 바이크를 주차했다. 열쇠가 도통 들어맞지 않아 짜증이 났다.
 “더럽게 안 맞네. 아직까지 열쇠 쓰는 집이 어디 있다고. 제발 빨리 좀 열려라. 응? 신기하게 배고픈 동시에 똥이 마렵단 말이다! 인체의 신비랄까?”
 딸깍!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집으로 들어섰다. 현관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깜박하고 헬멧을 그대로 쓰고 들어왔다.
 “무슨 다프트 펑크니?”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방 안으로 헬멧을 던지고 부엌을 향해 힘차게 돌아섰다. 젠장. 그곳에 아버지가 있었다. 싸늘하고 빳빳한, 검은 형체가 되어 버린 아버지의 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삐걱삐걱. 규칙적인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려왔다. 머리끝이 쭈뼛했다.
 “노망!”

 식탁에는 종이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종이에는 볼펜도, 만년필도 아닌 사인펜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명백아, 미안하다. 걱정하지 마라. 빚은 다 청산했다. 이제 다 끝났다. 아버지로서 이런 모습 보여서 정말 미안하다. 잘살아라. 그리고 용서해 줘라. 다신 자살하지 않을게.’
 나는 종이를 손에 쥔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포보다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노망난 늙은이! 함부로 잘난 척하지 마라! 끝나긴 뭐가 다 끝났다는 거야! 제멋대로 지껄이지 말란 말이다! 다신 자살하지 않을게라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세상에 그딴 말은 없어! 한 번 자살하면 끝이라고! 두 번 다시 기회 같은 건 없다고!”

 그때부터였다. 의도치 않게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나는 운명적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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