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가산점제 부활

앞서 페미니즘 담론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역할, 필요성 등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실생활에서 양성평등을 지향하고자 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병역 관련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 부분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만큼 징병제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징병제라는 건 내가 태어나기를 선택하지도 않은 국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개인의 내밀한 성향과 자유 의지 등을 헌납하고 억지로 끌려가야 하는, 그렇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형벌이 가해지는 일방적인 제도다.

그런 의미에서 ‘군 가산점제’를 부활시켜야 한다. 혹은 그 이상의 새로운 보상 제도를 만들어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해야 한다. 반대 입장 측에서 자주 근거로 내세우는 단골 메뉴들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씩 반박해 보면, 첫 번째. “호봉제로 이미 보상해 주고 있지 않아?” 군 복무자 공무원의 호봉 인정 같은 경우, 군 복무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을 공무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걸 말한다. 그럼 그건 결국 훈련을 통한 국가 기관, 국가 조직 부합 능력 등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일반 회사로 따지면 경력직으로 인정해 주는 ‘경력 인정 차원’의 제도다.

군 가산점제는 국가가 일정 기간 동안 남성 개인의 신체와 정신을 강제로 빌려 쓴 ‘대가 또는 보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거다. 둘은 엄연히 목적과 취지가 달라! 강제로 끌려가 봉사한 기간은 응당 인정받아야 하는 건데, 호봉제의 경우 기간만 남고 강제성에 대한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고로 호봉제가 있기 때문에 군 가산점제를 시행하지 않는 건 마치 강제로 시킨 봉사 활동을 봉사 활동 기간으로 인정해 주겠다, 이게 너희에게 주는 보상이다, 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두 번째. “국민연금 군복무크레딧으로 이미 보상해 주고 있지 않아?” 국민연금 군복무크레딧은 2008년 1월 1일 이후에 입대하여 병역 의무를 이행한 현역병과 공익 근무 요원 등에게 6개월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제도인데, ‘내로남불’하지 말고 ‘역지사지’해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여성에게 “국민연금 6개월 가입 인정시켜 줄 테니까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2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자유고, 학업이고, 경제 활동이고, 개인 사정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군대 갔다 올래?”라고 물었을 때, 실제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찬가지로 이 제도에 환호하며 군대 갈 남성도 한국 전체에 없다. 결국 이 역시 그래 봤자 갈래 말래, 하면 갈 사람 아무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군 복무와 동등한 기간을 혜택으로 제시해야 그나마 합리성에 한발 더 다가서는 처사가 된다. 다시 말해, 보상은 보상인데 ‘지나치게 불충분한’ 보상이다. 조금 더 ‘덜 불충분한’ 보상으로 바꿔야 한다.

세 번째. “군 가산점을 시행하면 여성과 장애인을 역차별하는 거 아냐?” 역차별이라는 건 한 측을 일방적으로 차별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비로소 논의할 수 있는 거다. “역차별이 우려되니까 그냥 너희가 계속 차별당했으면 좋겠어.” 장애인 같은 경우, 장애인 특별 전형 확대 등 장애인에 대한 자체적인 복지 증설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항이고, 여성은 군 가산점 받고 싶으면 모병제인 여군에 동일한 기간 동안 입대하면 된다. 그게 싫으면 남녀 모두 징병제로 전환하면 된다. 국가에 속한 건강한 국민이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 의무를 같이 지면 되는 거다.

평등을 주장하고 싶다면 자신의 권리에 대한 평등만 주장하지 말고 의무에 대한 평등도 주장해야 한다. 물론 누군가 군에 가 있을 동안 일정 수준의 인구 비율은 국가 체제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생산 활동 등 사회에서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그럼 누가 가고 누가 남을까요? 양성평등을 외치는 일부 여성 분들, 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성평등을 외치지 않죠? 왜 유리해지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만 평등을 외치고, 불리해지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평등을 외치지 않죠? 평등의 개념에 걸맞게 공평하게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추신. 각자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과 환경, 제도의 세부 조항 등이 다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접근해야 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으로, 노르웨이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중 처음으로 2016년 7월에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고, 스위스 연방 정부도 최근 여성 징병제 문제를 2020년까지 검토하고 결론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