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망해 주세요

2020년도 최저 임금 1만 원 달성을 위한 초석으로 내년 최저 임금안이 7,53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망했다고 날뛰는 업주들이 계신데, 과격하게 얘기해서 최저 임금 때문에 망하는 자영업자들은 망해도 된다. 성업을 구성하는 요건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기제가 존재하고, 청년 세대 소득 상승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 등을 플러스알파로 누림에도, 오로지 ‘인건비’ 하나로 망했다고 땅을 치는 곳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곧 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헐값’에, 인건비로 후려치며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할 건지 궁금하다.

괜찮았던 사업이 망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단언컨대 ‘을과 을’의 문제가 아니라 ‘갑과 을’의 문제다.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둘러싼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문제, 악덕 건물주의 제멋대로 임대료 인상 문제, 특정 업체를 자기 건물에 임대시켰다 장사가 좀 되는 거 같으니 발로 뻥, 자기가 슬쩍 그 장사를 이어 가는, 일명 ‘정재욱의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행복했어요 먹튀’ 문제 등 쌔고 쌨다. 고로 어떻게 하면 애들한테 몇백 원이라도 덜 줄 수 있을까 고심하며 혈뇨하지 말고, 좀 더 거시적이고 실질적인 사안에 규제를 요구하는 편이 더 나을 듯싶다.

그에 비해 을과 을의 싸움은 다소 유치하고 민망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가계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급작스럽게 해고를 통보하는 사장. 알바 모집 공고에 ‘가족 같은 분위기예요.’라고 적은 뒤 업무를 넘어선 잡무를 시킬 때마다 “가족 아이가?”를 외치던 사장. “사장님,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요? 언제는 가족이라면서요?” “이산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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