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의 망령

막스 베버는 자신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국가를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로 정의한 바 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최빈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기까지 개인을 사회적 동력으로 희생해야 했던, 그래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며 먹고 살 수 있었던, 그저 밥이나 빌어먹고 살고 싶으면 억울한 일, 부당한 일을 당해도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고 자식새끼들을 먼저 생각해야 했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 근현대사의 망령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최첨단의 끝을 달리는 소셜 미디어 시대. 우리는 기묘하게 뒤틀려 어느새 고착화되어 버린 갑을 관계로부터 문화 지체 현상, 인간 소외 현상을 사회적 결핍으로 경험하면서도 인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더 이상 인문을 공부하지 않는, 대기업 신제품에 열광하고 맛집을 탐방하며 일견 행복해 보이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좋아요 수에 목숨 거는 과시적인 동시에 자위적인,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슬픈 시대에 살고 있다. 인문이란 무엇일까? 인문은 결국 사회를 데우는 따듯한 저항 의식의 발로다. 저항하자. 인문이 먼저다. 인본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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