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또 이별했어요

살다 보면 누구나 연인과 이별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이별 과정을 지나치게 많이 겪는 사람들에게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초연해지기는커녕 외려 몇 번 데어 봤기 때문에 부정 편향적 심리 작용을 강화하곤 한단 거다. 이는 마치 하나의 연소 작용처럼 내면에 타 들어가는 결핍이 있는데, 그 결핍이 드러날까 두려워 상대에게서 가시적인 흠집을 찾아내 그를 비난하게 되지만, 실상 자신에게 귀속된 근본적인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그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사이클에 빠져 있는 거와 같다.

사람은 자신이 겪은 최초의 인간관계를 평생 동안 반복한다. 그 관계는 대개 부모와의 관계인데, 이 경우 어릴 적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 생겨난 결핍이 일종의 강화된 거울 반응으로, 상대에게서 나를 보는, 내가 보고 싶은 일부에 국한된 모습을 상대에게서 찾고 그 사람 전체가 그럴 거라 치부하고 단정짓는 폭력적인 습성으로 연결되는 거다.

사랑이란 감정에는 원초적으로 양가감정이 내포되어 있는데, 첫째, 사랑하는 대상을 보호해 주고 싶은 욕구, 둘째, 파괴해 버리고 싶은 욕구. 대개 풍족함은 긍정의 기제를, 부족함을 부정의 기제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스스로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파괴해 버리고 싶은 욕구가 튀어나오며, 상대를 나와 같은 결함의 수준으로 끌어내려 사회학적 동등성을 유지하려는 생물학적 방어 기제를 더 많이 발동시킨단 거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수치심이나 굴욕감의 단계를 넘어 죄책감, 자책 같은 상위 계층의 감정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나를 챙기느라 상대를 돌보지 못한 것에서 오는, 그래서 더 미안한, 자신을 꾸준히 챙겨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애정 결핍에서 오는 애착 확인형 방어 기제를 주원인으로 두고 있어 더욱 애잔하다.

사실 극약 처방 같은 처방전보다 내가 왜 그랬는지 ‘사안을 객관화해서 인지’하며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그 자체로 각성에서 비롯한 경각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적인 해결책 하나를 제시한다면 ‘당분간 혼자 잘 지내보시라’. 혼자 있을 때 괜찮은 사람이 함께 있을 때도 괜찮다. 홀로 있을 때 불안정한 사람은 관계가 시작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게 불안 해소형 의존밖에 없다. 연애 초기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일방적인 의존이 끝내 건강한 관계에 필수적인 공평성을 망치고 만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