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환상

“네가 나영석 PD보다 3배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된댔어.” 아버지는 가끔 환상을 봤다. 하나님으로 대변되는 영적 존재를 만나 나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술회하곤 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또다시 편지를 썼다. 지난번보다 더 진한 편지였다.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의 원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완벽한 게 없습니다. 한시적으로 온전한 거처럼 느껴지다가도 금세 사라지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 참 빠릅니다. 저도 조금씩 나이가 들고 있습니다. 이전엔 이해가 되지 않던 것들이 점차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이야기꽃을 피웠던 거처럼 아버지께선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곳에서 출발해 많은 것들을 이루셨습니다.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 인생이 아닙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고 해서 꼭 행복한 인생도 아닙니다.

부잣집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성공한 사람들, 별로 훌륭하지 않습니다. 가난의 결핍을 딛고 일어서 자수성가했으나 그 성취에 도취되어 각종 비리 문제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 별로 훌륭하지 않습니다. 제 시각과 관점에선 아버지께서 가장 훌륭한 사람입니다. 가장 성공하신 분이고 존경받아 마땅한 분입니다. 무에서 유로 올라오셨고, 가족들을 위해 한자리에 꾸준히, 평온히, 굳건히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도 꼭 엄마 같은 현명한 여성을 만나 좋은 가정을 꾸리겠습니다. 정체되어 있는 거처럼 보이나 전진하겠습니다. 멈춰 서 있는 거처럼 보이나 나아가겠습니다.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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