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밤

수능을 앞둔 가을이었다. 나는 그녀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 천변에서 자전거를 탔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루살이가 너무 많아.” “그러게. 자꾸만 입으로 들어와.” “난 코로도 먹었다니까.” “뭐래. 힘들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그 순간 난데없이 비가 내리더니 폭우로 돌변해버렸다. 우린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페달을 밟았다. “이러다 감기 걸리겠어.” “맞아. 잠깐 다리 밑으로 가서 쉬자.”

“씨발 년아!” 다리 밑에서는 무서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한 아저씨가 아내로 추정되는 아주머니에게 고성을 쏟아내고 있었다. “네가 감히 바람을 펴? 쌍년이 어디서!” 그는 허리띠를 풀어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저러다 큰일 나겠어.” 우린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 앞에서 멋있어보여야만 했다. “안되겠어. 내가 한번 갔다와볼게.” ‘말려, 말려, 제발 말려. 안 그럼 나 죽어.’ 다행히 그녀는 위험하다며 날 붙잡았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아무리 기다려도 경찰차는 오지 않았다. 더 이상은 위험했다. 나는 다리 위로 뛰어올라가 애타게 주변을 살폈다. 저기서 헤매고 있잖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한걸음에 경찰차로 달려가 다급하게 차문을 열어 재꼈다. “빨리요! 바로 밑이에요!” 아저씨는 갑자기 나타난 경찰들을 보고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더니 울기 시작했다.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밤, 이름 모를 아저씨는 그렇게 한참을, 어린애처럼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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