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죽음은 예상보다 갑작스러울 수 있다. 내 방 책상 위 벽에는 줄곧 세계전도가 붙어있었고, 나는 그걸 보며 세계 3차 대전을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죽음이 아무리 갑작스럽다고 해도 공백이랄까, 최소한 1초정도의 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세상 마지막 순간에 눈을 감을 때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을 부르고 죽기로 결심했다. 진짜 하나도 안 어울리는 거 안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느 해 4월, 나는 자살을 계획했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진짜 자살하려고 했다. 나를 구해낸 건 신앙이었다. 비통한 일로 가득했던 그때, 나는 종종 옷장 안으로 들어갔고, 정수리를 바닥에 댔다. 가장 넓고 높은 곳에 있는 존재와 소통하기 위해 가장 좁고 낮은 곳에 위치했던 거다.

조용기 목사가 쓴 <4차원의 영적 세계>와 조엘 오스틴 목사의 3부작 <긍정의 힘>, <잘되는 나>, <최고의 삶>을 좋아했는데, 특히 조엘 오스틴 목사가 쓴 책은 몇 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 아침마다 낭독을 했다. 내가 하는 말을 내 스스로가 듣고 버티기 위함이었다. 고로 내가 죽으면 전 재산을 가난하고 아픈 자들을 위해,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위해, 칼바람 속에서 우는 아기를 부둥켜안고 제발 아기에게 먹을 걸 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외된 자들을 위해, 버티는 자들을 위해 써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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