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분다

급한 마음에 차창을 내리고 주차장에 있던 경비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봤다. “아저씨, 혹시 캠핑장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모르겠는데.” 우리는 할 수 없이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 근처 맞아. 아저씨가 모를 리 없는데?” “어떡하지?” “다시 돌아가니까 아저씨 없는 거 아냐?” “무서워. 그런 말 하지 마.” “아니면 다시 돌아가니까 아저씨가 캠핑하고 있는 거 아냐?” 여느 때처럼 아무 말 대잔치가 성황리에 펼쳐지고 있었다.

어렵사리 도착한 캠핑장. 우리는 역할을 분담해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했다. “서양에선 남자들 다 웃통 벗고 잔디에 누워있어.” “설마!” “그럼 정장 입니?” 일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무조건 그게 멋있는 줄, 그런 게 좋은 줄로만 아는, 사고의 수준이 딱 거기까지밖에 못 미치는 유치한 환상이랄까, 그땐 좀 그런 게 있었다. “우리가 대한민국 캠핑 문화에 혁명을 일으키자고.”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친구 멀리해야 되겠는데.’ 결국 우리는 용감하게 웃통을 벗어재꼈고,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다시 옷을 입었다. 단추도 다 채웠다.

우리는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통기타를 쳤고, 난데없이 박대기 기자가 등장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뉴스에 등장했다. 무슨 마무리냐! 좌우지간 걱정도, 책임질 것도 별로 없었던 그때 그 시절, 우리는 여유로웠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잔디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이 불어왔고 노을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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