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의 신

중학교 시절, 내 별명은 장난의 신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장난의 신으로 불렸던 건 아니었다. 원래는 장난의 신의 아들이었다. 장난의 신은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사는 녀석이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우린 위층에 올라가 거기 있던 애들과 장난을 치고 놀았다. 어느새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서둘러 교실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때 나는 계단에서 장난의 신의 다리를 걸고야 말았다(매우 위험한 장난이니 절대 따라하면 안됩니다).

녀석은 나동그라져 양손을 앞으로 한 채 엎드려, 배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주변 아이들은 수군거렸다. “대체 어떤 감정으로 저 장면을 봐야하는 거야. 웬 뚱뚱한 중학생이 배로 교실로 돌아가고 있어. 은근히 빠르긴 해.” 그 뒤로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의 관계는 역전되었다. 내가 장난의 신이 되었고, 녀석은 장난의 신의 아들이 되었다.

“자, 다음 경기는 위닝 신님!” 장난의 신을 본떠 ‘위닝 신’이란 가명으로 ‘위닝 일레븐’ 대회에 출전했지만, ‘위닝 신’뿐만 아니라 ‘위닝 신’과 함께 출전한 친구들 모두가 전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당시 2대1 패스가 이상할 정도로 잘 먹히는 기술인 바람에 경기 중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슛, 골!” “죄송한데 2대1 금지인데요.” 심판이 왔다. “한 골 먹어주셔야 되겠습니다.” ‘치사하게 어른이 중학생을 상대로 그런 걸 일러바치고 있어.’

결국 골키퍼로 공을 몰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실제 축구로 따지면 골키퍼가 하프타임에 마약을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고개를 돌려 상대의 표정을 살폈다. 입고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너 회사 잘렸지?’ 안타깝게도 장난의 신은 그 뒤로도 약 10골 정도를 더 허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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