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아니에요

오랜만에 등산을 하기로 했다. 난생 처음 가보는 산이었다. 길을 헤맸다. 허름한 동네로 들어섰다. 할아버지 한 명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아저씨, 봉화산이 어디예요?” “나?” ‘그럴 리가 있냐!’ “아뇨, 아저씨 말고 산이요.” “나?” “아니요, 산, 산.” “나?” 자기 자신을 산의 크기로 보고 있었다.

한번은 식당 저편 테이블에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야! 해!” 할아버지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야! 해!” 목소리도 우렁찼다. 자세히 보니 한 할아버지가 그 앞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술잔을 들이밀며 술을 권하고 있었다. 마주앉은 할아버지는 점잖게 거절을 했다. “고, 고만해라.” 이 패턴은 약 다섯 차례 정도 더 반복됐다. “야! 해!” “고, 고만해라.” “야! 해!” “고, 고만해라.” ‘사람 말 안 듣지?’ 전혀 사람 말을 안 듣고 있어! 그만하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야, 그래도 딱 한 잔만 더하자.”라든가, 최소한 다른 말로 설득을 해야 되는데 음색의 변화조차 없었다. 할아버지는 평생 그 두 마디로 인생을 살아온 게 틀림없었다. 할머니한테 청혼할 때도 턱시도를 입고 반지를 내밀며 “야! 해!”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약한 자들의 격투기 대회를 만들고 싶다. 할머니 둘이서 이종격투기를 하는 거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린다. 땡! 아무도 안 움직이고 각자 자리에서 떨고 있다. 다가가는데 3분 걸린다. 아직 안 때렸는데 쓰러진다. 또 있다. 이름 하여 할머니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 소위 말해 ‘쩌는’ 비트를 영어로 ‘sick’ 또는 ‘dope’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EDM 특유의 고조되는 부분이 계속해서 나오다 마침내 드롭! 신나는 비트 대신 아픈 할머니가 무대에서 끙끙 앓고 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아픈 거다. 진짜 ‘sick’. 누군가는 나에게 폐륜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도대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왜 그토록 웃긴가? 유치한 곳에도 철학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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