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 세계 뉴스를 뒤흔들던 이슈메이커였다. 물론 앞으로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문제는 그가 오랫동안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에 인식적인 차원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여러 차례 발생하게 된다는 거다. 이슈메이커는 이슈메이커로 남아야한다. 이슈메이커라는 역할자체가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역할인데, 그 기대치를 저버리고 킹이 되는 건 혹은 킹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리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비화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뜻은 어떠한 일의 영향이 직접 관계가 없는 다른 데에까지 번지는 현상을 말한다. 세상 일은 비화된다. 큰 사회에서의 좋은 일이 작은 사회에서의 좋은 일로, 큰 사회에서의 나쁜 일이 작은 사회에서의 나쁜 일로, 큰 사회에서의 혼란이 작은 사회에서의 혼란으로, 큰 사회에서의 전복이 작은 사회에서의 전복으로 비화된다.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청렴함과 성숙함, 온화함을 지닌 자가 킹이 되지 못하고, 호전적이고 계산적인 강성함을 지닌 자가 킹이 되는 세상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곧 우리가 사는 작은 사회에서 ‘작은 트럼프’들을 만나게 될 거다. 학교나 회사, 기관, 단체 등에서 수많은 ‘작은 트럼프’들을 만나게 될 거다.

실제 트럼프보다 영향력은 작지만 직접적인, 피부로 와 닿는 생활상의 이슈메이커들을, 킹이 된 이슈메이커들을 매일같이 마주하게 되는 거다. 이건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기 어렵다. 먹고 살아야 되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 생사의 여부, 존폐의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지 못하는 건 결코 비굴함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큰 사회를 바꿔야한다. 이 과정이 바로 작은 사회에 사는 우리가 큰 사회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견제해야하는 것에 관한, 옳다고 믿는 가치에 대해 목소리 높여 외쳐야하는 것에 관한, 냉소하거나 무관심하지 않고 정치를 내 자신의 일로 여기는 것에 관한 당위인 것이다. 정치는 그렇게 현실이라기보다 일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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