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의 기적

또래에 비해 신체 균형이 조숙했던 나는 일찍이 사랑에 눈을 뜨게 되었다. 유치원 때도 여자 친구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초등학교 때 교환일기 쓰기를 일방적으로 그만두게 되면서 여자의 눈물을 처음 보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사귀기로 해놓고 다음날 복도에서 마주치자 쌩을 까던 애, 데이트라는 게 고작 학교 끝나고 집에 데려다주는 게 전부였던 애가 있었다. 그렇게 풋사랑을 하던 어느 날, 고등학교 생활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 첫사랑이 찾아왔다.

옆 학교에 다니는 중학교 동창이었다. 우리의 애정행각은 과격하고 과감했지만 마음만큼은 진지하고 순수했다. 성스러운 순수였다. 그러다 이별을 했다. “앞으로 반년동안은 서로 다른 사람 만나기 없기로 하자.” “그래, 약속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내가 더 울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향하던 중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오토바이 뒤에서 낯선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던 두 손을 목격했다.

다음날 나는 제멋대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선생님한테 뭐라고 해?” “아파서 집에 갔다고 해.” 곧장 옆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는 아무도 없었다. 때마침 무슨 날이었다.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이사를 갔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까지 찾아갔다. 그녀는 미안하다며 울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 친구들을 근처 정자로 불러 모았다.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까지 모여 너무 많은 인원이 몰리게 되었다. 정자에서 교복을 입은 수십 명이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누가 봐도 양아치들이잖아!

그날 나는 만취했다. 친구들 네 명이서 내 팔다리를 들고 걸어갔다. 멀리서보면 약간 가마 같았다. 친구들은 우리 엄마에게 동아리 환영회였다고 둘러댔다. 다음날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일찍 학교로 가버렸다.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전화가 걸려왔다. “일부러 인사도 없이 나가더라고.” “죄송해요.” “괜찮아.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열일곱의 사랑은 진지할 수 없다>를 쓴 바버러 상송은 틀렸다. 열일곱의 사랑도 진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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