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잉 비보잉

코끼리가 그려진 헐렁한 바지를 입고 돌아다닌 태국 여행. 방콕에서는 뚝뚝을 잡아타고 사원과 왕궁, 야시장 등을 즐겨 찾았다. 한번은 시장 골목에 있던 한 바에서 DJ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에 들어가 음료를 주문했고 DJ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애’라고 소개했다. 이후 많은 바들을 찾아다니게 되었는데, 어딜 가나 서양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태국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서양인들이 많이 몰려있던 한 바에서 물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방콕 역시 쇼핑몰로 가득한 도시였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 화장품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화장품 가게에서 발견한 한 화장품에는 한글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차장으로 수입, 새로운 스파, 섹시한 정종, 화이트 취소, 젤을 수색하고.’ 너 지금 그게 할 소리냐?

나는 어떤 나라에 가면 종종 그 나라의 유명한 대학들을 방문하곤 한다. 교내 시설과 면학 분위기 등으로 그 나라의 교육 수준을 체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쭐랄롱꼰대학교’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은 축제 공연을 위해 연주 연습을 하던 학생들과 만나게 되었다. 학생들은 우리에게 전통 악기 두드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어느덧 으슥한 밤이 되었고, 거리에는 하나 둘 빨간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부 업소들에선 아예 채찍으로 입간판을 때리며 우리 가게에 오면 여자들의 엉덩이를 마음껏 때릴 수 있다고 호객을 했다. 당시 나는 개념이 없었다.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여행 내내 진귀한 광경을 마주할 때마다 그랬던 거처럼 나도 모르게 내부 사진을 찍고 말았다. 전라의 여성들은 다급하게 소리를 쳤고 경비원은 나를 제재했다.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시내에서 가장 높은 호텔 상층부에 위치한 전망 좋은 뷔페로 방콕 여행을 마무리했지만, 그런 곳에 가면 갈수록 한식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굳이 한식을 먹어야하는가와 같은 의문으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만 한식당에 가기로 했다. 물론 뜨끈한 찌개의 첫술을 뜨자마자 탄성을 내질렀지만.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장거리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방콕이 복잡하고 시끄러웠다면 치앙마이는 단조롭고 평온했다. 도착한 시간은 이른 아침. 문을 연 카페는 단 한곳밖에 없었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했다. 그때 그곳에서 흘러나오던 반음계 음악의 선율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치앙마이는 꽤나 시골이었기 때문에 방콕에서보다 여유롭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네모난 천을 우리에게 주면서 뭐라고 말을 했다. 당연히 못 알아들었다. 나는 그걸 드레스처럼 입고 일행과 장난을 쳤다.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내 시상식 드레스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또 뭐라고 말을 했다. 내가 좀처럼 알아듣지 못하자 그녀는 직접 천을 홱 잡아당겼다. 내 몸은 천 위에서 팽그르르 돌았다. 여섯 바퀴정도 돌았다. 힘없이 나뒹구는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민망해서 난 이렇게 외쳤다. “비보잉! 비보잉!” 국제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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