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레전드

내게 있어 일본은 꽤나 심심한 곳이었다. 평온했지만 평온하기만 했다. 예상했던 거 이상으로 양국의 토양은 비슷했다. 별 거 없었다. 오사카에서 쇼핑을 했고 맛집을 찾았다. 온천도 즐겼다. 교토에서는 여러 사찰을 방문했고 주택가를 탐방했다. 사진을 찍었다. 모든 포즈가 다 똑같았다.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멀뚱히 서있었다. 어디를 가나 계속해서 똑같은 포즈만 취했다. 나중에 그 사진들을 모아 합성을 했다. 병신 같았다. 가끔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기도 했다. 대부분 친절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영어실력은 영 꽝이었다. “도부수엔 마에!” 지금까지 그 말만 30회 반복하고 있잖아!

우리 일행은 여행 내내 촬영을 하고 다녔는데, 갑자기 웬 한국인이 나타나 지랄을 했다. 내 평생 그렇게 정중한 지랄은 처음이었다. 고국의 정에 호소하며 츳코미를 넣고 있었다. 지금 같은 한국인이 대수냐? 국적이 대수냐? 그럼 나는 고국의 정에 호소하며 보케를 넣어주리? 이게 이 여행의 최대 모험이었다. 역시 이런 여행은 나랑 맞지 않다. 나는 죽도록 고생을 하고 싶단 말이다! 목숨을 걸고 떠나는 위험천만한 여행을 방송으로 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직접 마주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정신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에가시라 히데하루의 말처럼 나는 13주의 레귤러보다 한 번의 레전드를 남기고 싶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다. 완벽한 한 번이 완벽하지 못한 무한대를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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