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평온을

가족과 함께 떠난 두 번째 해외 여행지는 다름 아닌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답게 모든 것이 밀집되고 축약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작은 천국’이었다. 물론 장기적으로 체류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규모면에서 너무나도 작은데다 정부에 의해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정형화, 획일화되어있는 형태라 단기간 내에 많은 것들을 둘러볼 수 있지만, 그 이후로 할 수 있는 게 딱히 쇼핑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자유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이동을 했다. 멀라이언을 보고 사파리 공원에 갔다. 클락키에서 보트를 탔고 센토사 섬에서 수영을 했다.

센토사 섬에서 우연히 인도 청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이름은 ‘빅키’였다. 근육질 몸매를 가진 녀석은 내게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뷰파인더를 봤다. 게이 두 명이 서있었다. 누가 봐도 게이잖아!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빅키는 나를 데리고 주변에 있던 금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은근슬쩍 날 ‘윙맨’으로 쓰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나 치안이었다. 거의 한국만큼이나 안전한 수준이었다. 자정을 넘긴 야심한 시각. 나는 홀로 조깅을 하다 길을 잃어버렸다. 결국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다니기 시작했고, 버스정류장과 경비실, 심지어는 길을 걷던 신혼부부에게까지 말을 걸었다. 하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유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거처럼 이곳저곳을 달렸다. 비록 길을 걷다 도마뱀을 마주치기도 하고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불쾌지수가 올라가 가족 간에 말다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평온한 여행이었다. 지루함보다는 해방감을 안겨주는 평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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