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마루 고등학교 2

도덕 선생님은 특유의 어눌하고 빠른 말투로 수업을 진행했고, 지난번에 말 가면을 썼던 녀석은 곧장 그걸 따라했다. 선생님은 말없이 손짓을 했고 녀석은 앞으로 불려나가 뒤지게 혼났다. 웃긴 건 녀석의 태도다. 바로 반성한다.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인다. 표정만 보면 무슨 죽을죄라도 지은 거처럼 어둡다. 그렇게 몇 초 만에 뉘우칠 거였으면 애초에 안했으면 되잖아, 라는 역발상으로 웃기는 놈이었다. 한번은 고등학교 인근 공원에 구 통합 짱이 지나갔다. 친구들과 함께 있던 녀석은 과장된 몸짓을 하며 풀숲으로 숨었다. “어이쿠, 무서우셔.” “너 이리 나와.” 혼자 앞으로 불려나가 싸대기를 맞았다.

때는 바야흐로 사춘기의 절정! 브랜드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당시 우리 반에는 슈퍼 집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새 신발을 신고 등교했다. 신발에는 ‘ab’라고 쓰여 있었다. 우린 그걸 놀리기 위해 노래까지 만들었다. 내가 “이 신발은?”하면 말 가면 녀석이 옆에서 “압!”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신발은?” “압!” 유순한 성격의 슈퍼 집 아들은 내내 웃어넘기다 어느 순간 “그만 좀 해.”라고 했고, 녀석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압!”이라고 했다.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놈이 하나 더 있는데, 그의 별명은 말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그 반으로 향해 “야, 말! 엎드려. 너 타고 집에 가게.” 하지만 녀석은 명품 마니아였다. 몇 주간 죽도록 힘들게 서빙해서 번 돈으로 폴 스미스를 샀다. ‘보통 서빙해서 그거 사니?’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야, 이 말 새끼야, 3번 테이블 닦아야지.” “히히힝.” 사장에 핀잔에도 넉살좋게, 우렁차게 한번 울어재낀 뒤 행주를 들고 3번 테이블로 달려가며 산 게 나이키 운동화. 힘들게 번 돈으로 사서 그런지 아끼고 또 아꼈다. 한번은 어김없이 마구간 뒷문을 드르륵 열었다. 지우개로 신발을 지우고 있었다. “먼저 가. 때 묻은 거 다 지워야 돼.”

선생님들께. 정말 여러모로 많이 힘드셨을 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상한 놈들을(제 자신을 포함한)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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