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도 꽃은 핀다

앳된 청소년의 티를 이제 막 벗어갈 무렵, 나는 출처 모를 정의감에 휩싸여 이미 경찰에서도 잘 알고 있을 법한 성매매 업소를 고발한 적이 있다. 여경이 신고 접수를 받았고 같은 여성으로서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지, 라는 사실에 분개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로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날은 분위기에 휩쓸렸다. 사실은 서로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남자들로 구성된 모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다. 일행은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끝내고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그때 누군가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들을 부른다고 했다.

잠시 후 노래방 도우미들이 떼거지로 들어왔다. 기 센 언니들 같았다. 무서웠다. 우리 집은 정숙한 교사 집안이란 말이다! 노래를 부르다 ‘삑사리’가 나면 ‘담배빵’을 당할 거 같았다. 그녀들은 차례대로 착석을 했다. 우린 모두 이십대 초반이었고 그녀들은 대부분 서른 살이었다. 어색했던 초반의 분위기도 잠시, 대부분의 녀석들은 어깨와 허리를 동이고 노래를 불러재꼈다.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대신 그중 가장 가슴이 큰 언니에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실상 해서는 안 될, 돌이켜보면 당사자에게 미안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라도 있어?” “노래방을 차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이야.” “굳이 이 방법 밖에는 없었어?” “최대한 돈을 빨리 모아야 해서 어쩔 수가 없었지.”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는데?” “아직 한 달밖에 안 됐어. 긴장돼. 그래서 자꾸 맥주를 마시는 거야.”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인지 물어봐도 돼?” “오래 하기는 싫어. 대략 삼 개월 정도만 더 하고 딱 그만둘 거야.”

“남자친구 있어?” “없어.” “왜 없어?” “나중에 이 일을 그만두고 사귈 거야. 솔직히 이런 일을 누가 좋아하겠어.” “이런 업종을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라면 지금이라도 만날 의향은 있고?” “글쎄. 생각 좀 해봐야겠어.” “혹시 미래의 남자친구나 남편한테 과거를 밝힐 수 있어?” “그건 잘 모르겠어. 만약 정말로 좋아한다면 말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대답해줘서 고마워.” “아냐. 덕분에 나도 시간 잘 때웠어. 나중에 가게 차리면 꼭 놀러와.”

물론 나도 성자나 게이는 아니다. 이야기 도중 간혹 가슴으로 시선이 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근데 코에 그게 뭐야? 콧물 나?” “응, 이거? 쿠퍼액.”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닦아냈기 때문이다). 우린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물론 평생 그 번호로 전화를 걸지는 않을 작정이다. 머지않아 그녀를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걸려올 전화벨을 기대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잘 가.” “잠깐만.” “응?” “다 잘 될 거야.” 나는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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