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하달까

나는 군대에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러하듯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 우선 길에 쓰러져 있던 노인을 구해줬다. 노인을 들쳐 업고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딱히 노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또 다시 노인을 들쳐 업었다. “여기가 우리 집인가?” 나는 뒤뚱거리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저기가 우리 집인가?” 다시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까 거기가 우리 집인가?” ‘노망났냐!’ 그도 그럴 것이 엄청 무거웠다. 나는 이 선행 사례를 글로 옮겨 수필 공모전에 냈다. 아직도 결과발표를 안했다. 미스터리다.

한번은 병무청에 직접 민원을 넣은 적도 있다. 업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그럼에도 굳이 이 업무를 계속 시킬 경우 급여라도 올려주어야 하지 않겠냐는 식의 주장을 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적잖은 변화가 있을 거처럼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미스터리한 사건이 있었는데, 어느 날 횡단보도에 한 아주머니가 쓰러져있었다. 그녀를 부축하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러자 갑자기 멀쩡하게 걸어가는 게 아닌가? ‘유주얼 서스펙트냐?’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신호등이 켜졌고 아주머니는 다음 횡단보도에서 또 쓰러지고 말았다. 이름 하여 횡단보도에서만 쓰러지는 아주머니! 엄청나게 기이한 광경이었다.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정신적 외상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닐까 싶었다.

당시 나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을 하며 매일같이 고성이 오가는 싸움을 벌이곤 했는데 사실 그것은 약과였다. 공공 근로로 일을 하던 장애인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상당히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였다. 어느 날 그는 일을 하다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전화를 걸어 화를 냈다. 잠시 후 녀석은 길거리에서 빗자루를 주워와 전 직원을 향해 외쳤다. “방금 나한테 뭐라 한 놈 누구야?” “이봐!” “너야?” 보통 이럴 경우 서로 멱살잡이를 하고 옥신각신한다. 근데 걔는 그걸 생략했다. 바로 팼다. 그걸 깜빡하면 어떻게 하냔 말이다! 다행히 다른 요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장애인과 전투를 벌였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전투였다. 공무원들은 경찰에 고발을 했고 (미스터리하게도 본인 스스로가 별로 합의를 원하지 않아) 그는 결국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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