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가 그렇게 대작이냐

원래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영화는 이런 영화였다. 스님이 정욕을 이기지못하고 야밤에 여성 불자를 건드리는 기괴한 느낌의 영화였다. “가만히 좀 있어! 나무아미타불!” 아니면 이런 것도 있다. 컴퓨터 천재들이 등장하는 영화로, 남자 주인공 세 명이 타자를 치고 있다. 첫 번째 남자는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고, 두 번째 남자는 더 빠른 속도로, 세 번째 남자는 딸을 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죄다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걸 찍게 된다면 엄마한테 혼나기 때문에 꾹 참았다. 조금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 장면에 적극적으로 “대본 좋은데? 저 장면은 내가 연기할게.”라고 용기 있게 말해주는 친구나 “오빠, 딸 장면은 어떻게든 내가 해볼게.”라고 말해주는 여동생이 없었다.

영화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은 전부 친분을 이용한 캐스팅으로 과감하게 비전문 배우를 기용했다. 하지만 사실 그전에 오디션도 봤다.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던 여배우는 이런 말을 하고 떠나갔다.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거의 친목 모임이네요.” 당시 나는 워낙 여렸기 때문에 그녀가 안 한다고 딱 잘라 거절했을 때 용기 있게 말하지 못 했다. “너 코 겁나 낮은데 혹시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빵친 거 아냐?” 촬영지는 시골의 한 펜션이었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총 열두 명의 인원이었는데, 동행자 중 한명은 화장실 부족 문제를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자들도 많은데 화장실이 달랑 한 개인 거 알면 어떻게 되겠냐. 빨리 조취를 좀 취해봐.” “도착 전까지 그 사실 말하면 죽인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버스에 몸을 실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인근 대형 마트로 향했다. 열두 명이 동시에 여기저기서 카트를 밀고 돌아다녔다. 누군가 나서서 말려야하지 않겠냐고 제작진 중 한 명은 급히 나를 찾았다. 내가 제일 빠른 속도로 카트를 밀고 있었다. 그 결과 실수로 국수 면 하나를 삶기 위해 조미료 한 달 치를 사버렸다. 2박 3일 일정에 간장 2리터를 샀다.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편집을 시작했다. “이제 파일로 구워볼까?”하고 인코딩 버튼을 클릭했다. 남은 시간 48시간. ‘무슨 택배니?’ 컴퓨터 앞에서 거의 며칠 밤을 새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추출에 성공했다. 곧바로 친구 계정으로 ‘파일 전송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용량이 20기가. 남은 시간 109시간. ‘무슨 타이타닉이니?’ 내 영화가 그렇게 대작이냐!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영화를 시디로 구웠다. 용량이 작은 시디밖에 없었다. 총 스무 장으로 구워서 굴비 줄에 엮었다. “스무 장을 다 확인하시기도 힘드실 텐데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시디 밑에 시디, 시디 밑에 계속 시디지만 마지막 스물한 번째는 진짜 굴비입니다. 드시고 힘내세요.” 농담이다. 하지만 실제로 EMS를 통해 프랑스 깐느 영화제 등에 출품했다. 다 탈락했다. 내 영화를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서 “뗑깡 부린다?”라고 하는 거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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