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리고 보는 거야

우리는 바이크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돌았다. 이에 탄력을 받아 떠올린 여행 계획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전거 전국 일주! 자전거로 천하를 재패하자! 결국 우리는 서울에서 땅 끝 마을 해남으로 하이킹을 떠났다. 죽을 뻔했다. 보통 하이킹을 하려면 산악용 자전거 혹은 적어도 좋은 자전거가 필요하다. 우리가 탄 자전거는 신문을 구독하면 줬다. 게다가 접이식! “왜 그렇게 느리냐. 좀 제대로 밟아봐.” “나도 그러고 싶은데 세게 밟으면 자꾸 자전거가 접혀.” 때는 무더운 여름이었고,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탔다.

첫째 날, 심신이 가벼웠다. 둘째 날, 그래도 갈만 했다. 셋째 날, 가만히 서있던 우체통을 들이받았다. “우체통을 왜 부숴?” “그냥 좀 피곤해서.” 넷째 날, 정신이 흐릿해졌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했다. 언덕을 내려올 때 붙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중앙선을 넘어버렸다. 순간적으로 하얀 불빛이 보였다. 마주 오던 흰색 차량이었다. 나는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잡았고 나의 신문구독 접이식 애마는 전복되었다. 다섯째 날, 모든 체력이 고갈되었다. 남은 건 오로지 정신력뿐이었다. 끝없는 국도와 언덕, 터널만이 펼쳐졌다. 목이 말랐다. 물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한 농가에 침입했다. 집주인은 농사를 지으러 나간 듯 했다. 친구는 밖에서 망을 봤고 나는 기어코 물을 훔쳐냈다.

날은 서서히 저물었고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터널이 하나 보였다. 저 길게 드리워진 터널만 넘으면 휴게소가 나올 거라고 믿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마침내 휴게소를 찾았다. 휴게소 사장은 우릴 공짜로 재워줬다. 그곳에는 악기로 가득 찬 신기한 방이 하나 있었다. “젊었을 때 꿈이 원래 음악을 하는 거였어. 한번 연주해볼래?” 우린 보답 차원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계속 삑사리가 났다. 사장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 곡만 더 하면 못 재워줄지도 몰라.” 우리는 다락방 같은 곳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여섯째 날,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동공이 확장되었다. 아침에 중요한 부분도 서질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게 억울해서라도 페달을 밟았다. 드디어 해남에 도착! 이곳이 땅 끝이란 말인가? 그곳에서는 할머니들이 밭일을 나갈 때 고급 MTB를 타고 나갔다.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 거라고 했다. 교회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은 거지꼴을 하고 있던 우리에게 바나나와 과자를 주었다. 우걱우걱 먹었다. 친구는 여행 내내 길바닥에 주저앉아 자전거를 고쳤다. 이 고통스러운 여행을 끝내려면 저놈의 머리를 스패너로 내려쳐야하나 고민을 했다. 그가 자전거를 고치고 있는 동안 나는 뒤에서 스패너를 들었다놨다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마움이 담긴 편지를 건네주었다. 녀석은 감동을 받았는지 훗날 비행기에 자전거를 싣고 떠나 유럽을 횡단하고 말았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