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웃기는 것이다

우리 밴드는 싱글앨범을 발매한 경력이 있는 인디밴드였다. 그래서 오디션에도 기타를 메고 갔다. 그곳은 바로 국내 굴지의 아이돌 전문 연예 기획사! 아이돌을 꿈꾸는 전국의 수많은 초등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디션이 시작됐다. 일렬로 줄을 서서 순서대로 노래를 불렀다. 어떤 꼬마는 잔뜩 긴장한 나머지 등이 덜덜 떨렸다. ‘너 목으로 바이브레이션 안 되니까 일부러 등으로 넣었지?’ 우리는 타이틀곡을 열창했다. 적막이 흘렀다. 다행히 “기타 얼마죠?” “350만원입니다.” “내일 낙원상가 가서 팔아요.”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댄스 타임이 왔다. 음악을 틀어주면 저마다 춤을 추는 시간이었다. 애들은 웨이브 댄스를 췄다. 나도 같이 췄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시선은 모두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누군가 봤더니 옆에서 친구가 기타를 머리 위로 돌리면서 개다리 춤을 추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어처구니 없어했다. 결국 이마를 깐 여학생만 합격! 나머지는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그곳을 빠져나오며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근데 여기 아이돌 기획사 아니냐?” “그거 돌려서 캐스팅이 되겠니?” 근처 백화점에서 다시 만난 여자아이들은 왠지 모르게 측은한 눈빛으로 우리를 위로했다. “잘하셨어요.”

그러다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코엑스에서 열린 한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고 공연을 할 수 있는 부스를 얻게 되었다. 잠자코 노래를 듣던 한 정장차림에 노신사는 우리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명함을 건넸다.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엔지니어링 회사였다. 한때는 또 EDM에 심취한 나머지 DJ가 되고 싶었다. 세계적인 페스티벌 무대에서 뜨거운 전율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음악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조회수 몇이야? 8? 9?” 나는 겸연쩍은 듯 대답했다. “7.” 전 세계가 무시했다. 삶으로 웃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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