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건 과할수록 좋다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대결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 대결은 바로 포켓볼로 웃기기! 우리는 마음껏 헛짓을 할 수 있도록 일부러 파리만 날리는 당구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한산했다. 주인밖에 없었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내 차례인가?” 그리고 얼른 큐대를 버리고 옆에 있던 대걸레로 쳤다.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 피했다. 친구 녀석은 재빠르게 신고 있던 슬리퍼로 쳤다. 나는 주변에 이용할 만한 사물이 또 뭐가 있을까 유심히 관찰했다. 진공청소기로 쳤다. 또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 피했다. 그러던 와중 큐대를 치켜들다 나도 모르게 천장을 찔렀다. 천장이 뚫렸다. 주인의 눈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집에 우환 있니?’ 결과는 무승부!

두 번째 대결은 바로 초밥 많이 먹기! 우리는 누가 봐도 허름한 회전 초밥 뷔페를 찾았다. 가격은 놀랍게도 16000원! 당시 물가로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야말로 대접전이었다. 접시가 공중을 날아다녔다. “꿀맛이야.” 그러나 슬슬 20접시가 넘어갈 무렵, 자연스레 주방장의 손놀림을 보게 됐다. “손맛이 좀 부족한데.” 계속해서 동률을 이루던 친구는 참다못해 결국 “똥 찬스!”를 외쳤다(똥 찬스란 화장실에서 속을 비우고 온 뒤 재도전할 수 있는 찬스를 의미한다). 그 외침 소리를 들은 주방장의 눈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누가 똥 누고 와서 다시 먹니.’

끊임없는 동점 행렬이 이어졌다. 서로 부드러운 연어만 죽어라 공략하고 있었다. 놈이 연어 접시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연어가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인정?” “인정.” 나는 곧바로 손을 뻗으며 외쳤다. “찬스!” 그곳엔 고추장을 묻힌 시금치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인정?” “인정.” “근데 시합은 둘째 치고 여기 초밥 파는 데 아니냐?” 어느덧 스코어는 28 대 28. 팽팽한 접전에 들어섰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났다. 젓가락을 들고 서로의 눈치만을 살폈다. 적막한 공간을 수놓는 필사의 긴장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주위를 살펴봤다. 다 나갔다. 식당에 둘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항복했다. 나는 내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30접시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갔다. 29접시. 대망의 30접시. 마지막 서른 번째 접시는 먹기 전에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기합을 넣었다. “야, 봐라. 진짜 먹는다. 하나, 둘, 얍!” 입에 넣었다. 패배를 인정한 그는 내게 이런 축하의 말을 남겼다. “그게 음식점에 온 손님이 낼 소리냐?” 결과는 나의 위대한 승리! 기쁨을 만끽했다. 정말이다. 사소한 건 과할수록 좋다. 나는 죽는 날까지 대단한 일 따위는 전혀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사소한 대결들은 앞으로도 무한히 펼쳐 나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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