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남자들은 편하다. 편한 게 너무 많다. 남녀의 정신 연령이 일반적으로 4살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를 제외하더라도, 남성은 여러모로 편한 게 많아 어른이 되어서도 철이 없는 측면이 있다. 그 말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여자들이 불편한 게 많다는 얘기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힘도 세고 호르몬도 극단적이며 생리도 없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유리하다. 물론 남성에게 불리한 것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각국마다 정책과 제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특수한 건 일률적으로 말하려야 말할 수가 없다.

분명 가사 분담이나 유리 천장 같은 문제는 개인적, 사회적 소통의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처녀냐 아니냐, 담배를 피우냐 안 피우냐 같은 건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사회적 통념이란 이름으로 괴롭힐 수 없는 영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대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봐 온 정서의 특성상 아직도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단적인 예로 이런 거다. 썸이 너무 길다. 썸만 타다 끝나는 경우가 파다하다.

반면 서양 같은 경우 비교적 진솔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나랑 데이트할래?” “꺼져.” 꺼지면 된다. 만약 이미 본격적으로 거절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열 번 정도 나무를 더 찍으면 다음 날 흑인한테(인종 차별이 아니다!) 총 맞는다. 남녀 모두 똑같은 동물이기 때문에 여성이 먼저 대시할 수도 있다. 이건 마치 파티에서 ‘섹스 온 더 비치’ 노래를 다 같이 부르다 노래가 끝났음에도 다음 후렴이 한 번 더 있는 줄 알고 혼자 “섹스!”를 외쳐 주목받는 것과 같다. 호감 있는 상대에게 거절을 당할까 두려운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지만 그럼에도 정도의 차는 존재하고 있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전동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을 보면서 ‘쟤 은근히 과속하고 있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 맛 들려서 나중에 고속 도로 진입할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약자라는 건 명확하게 정의하기도 힘들뿐더러 당사자 스스로가 규정당하는 걸 원치 않을 수도 있다(물론 앞선 예시의 경우 사회 통념상 약자가 맞지만). 하지만 분명한 건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여성 해방 전선의 필요성과 가능성, 책임 의식에 관해서는 대체로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여성도 마음가짐을 좀 더 확장하는 편이 좋다. 약간의 환상을 덜어 내는 작업이 필요한 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면적인 예를 들자면 기본적으로는 독신이 좋다. 그러다 진짜 결혼하고 싶은 누군가가 나타나면 그때 가서 마음을 고쳐먹으면 되는 거다.

남성 역시 여성을 떠올릴 때 분명 사회적으로 긴장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 지점은 경쟁과 협업의 주체로, 대등한 주체로 인식하는 과정을 선결 조건으로 명시한다. 그런데 정작 거사는 엉뚱한 곳에서 치러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남성성의 치부가 드러날 것에 대비해 간혹 이상한 지점에서 경계를 표하는 경우가 있다. 여성들이 겪어 온 외모로 인한 차별, 성희롱의 공포, 언제 어디서 성폭행을 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평생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남성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내 밥그릇을 빼앗아 간다는, 생리 공결과 생리 휴가가 그저 놀거나 쉬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버린다.

극심한 생리통으로 한 번도 병원에 실려 가 보지 못한 남성들은 생리 문제에 관해 그 제도의 허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를 논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과 역차별을(우리나라 남성의 병역 의무제는 잠시 논외로 하고) 주장해 버린다. 비유하자면 혹시라도 마주 앉은 여성에게 바지 속 성기의 방향을 간파당할 걸 예방하기 위해 굳이 성기의 방향에 페이크를 줄 필요는 없는 거다. ‘고추를 왼쪽으로 가는 거처럼 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휘게 해야지. S자 곡선으로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게 말이야.’라는 기만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진짜 멋있는 남자는 그런 게 아니다. 진정한 남성성은 선천적, 물리적 힘의 세기로 후천적, 사회적 차이를 은근히 과시하는 게 아니라 여성보다 강한 선천적, 물리적 힘으로 남성보다 약한 여성의 후천적, 사회적 지위를 메꾸기 위해 대놓고 노력하는 거다. 생각해 보자. 변수는 여성이고 현재는 과도기다. 여성을 나타내는 권익과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 남성도 변화하게 된다. 남자는 여자의 과거가 아니지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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