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분명히 긴장되는 일이다. 떨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학교나 회사에서 앞에 나가 발표를 하다 방귀를 뀌면 안 된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움의 힘이란 실로 대단해서 ‘하긴 굳이 입으로만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필요는 없잖아? 저 친구 되게 창의적이네.’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음이 잘 되어야만 비로소 좋은 이웃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면 다음 날 복도에서 우연히 옆집 사람을 만나 안부를 나눌 때, 비록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너 어제 남편이랑 관계할 때 신음 소리 내다가 마지막에 모르고 ‘끼얏홍!’이라고 했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좋지만, 역시 아무래도 편견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별로 너그럽지 않다. 관대하지 않다. 관대한 척은 있을 수 있으나 사실은 냉철하고 냉정하다. 불공평하다. 편견과 선입관으로 가득하다. 내가 살아있음으로 인해 남을 죽이기도 하고, 내가 무언가를 얻게 됨으로 인해 남의 것을 빼앗기도 한다. 물론 본의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 있었어? 허허, 내 그런 줄도 모르고.’라고 적당히 눙치기에는 이 세계의 근본 원리, 작동 방식이 무자비할 정도로 잔인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어차피 세상은 노력보다 운이 더 크다. 노력하면 안 되는 거 없다? 개뿔. 아무리 노력해 봤자 안 되는 거 짱 많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방바닥에 쓰러져 있을 수만도 없다. 욕창 생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하며 이 더럽고 치사한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가? 정답은 모든 강박으로부터 자유하면 된다. 적어도 최소한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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