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이십 대 초반을 돌이켜보면 꽤나 즐거웠다. 친구들과 하루 종일, 새벽까지 놀기도 했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을 자주 놀리고는 했는데, 한번은 도서관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어떤 여자애가 나오자 일제히 일어나며 “성형해!”라고 외쳤다. 되게 착하게 생겼던 걸로 기억되는 그 여자애는 그 말을 듣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백 번, 천 번 사과할 일이다. 어쩌면 이거야말로 살면서 저지른 악행 중 가장 큰 악행일 수도 있다.

언젠가 드라이브를 하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선량한 얼굴의 시민을 만난 적이 있다. 창문을 내렸다. ‘지잉’ 소리와 함께 창문을 내리고 “너 머리 블루클럽에서 잘랐지?”하고 다시 창문을 ‘지잉’ 올리니까 파란불, 재빨리 출발했다. 백미러로 살짝 봤던 그분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억울함에 가까웠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다 갑자기 헤어스타일을 지적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시내 번화가를 걷다 마주친 한 남자는 비둘기 날개에 뺨을 맞았다. 너무 황당해서 주위를 돌아보다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머쓱해했다. “아까 그 사람 봤지? 되게 곱게 자란 거 같지 않았어? 어렸을 때부터 한 대도 안 맞고 자란 거 같았는데, 이건 사실 그 사람 아버지 입장에서도 황당한 게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길렀더니 커서 비둘기한테 뺨 맞았어.” 맞다. 어느 날 아들이 비둘기한테 뺨을 맞고 들어오면 다소 황당할 수 있다.

(비둘기 사건은 사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므로 제외하고) 그저 죄송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못된 장난들, 도를 넘어선 장난들에 관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 대충 이야기로 전해 듣는 거 이상으로 막상 본인이 그런 일을 당하고 나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황당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라며 반성하고 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