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기타는 항상 새 거야

오래전부터 아버지에게는 고질병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전증이었다. 의도치 않게 팔이 떨리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실생활에서도 불편함을 겪었다. 칠판에 글씨를 쓰지 않는 이상한 선생님, 우리 아버지. 언젠가 꽤나 오랜만에 돌아온 부모님의 집에서 나는 새 악기를 발견했다. 기타였다. 번쩍거리는 새 기타였지만 좀처럼 연주되지 않았다. 방 안에 덩그러니, 우두커니 놓여 있었다. 과거 아버지에게는 꿈이 있었고 재능이 있었다. 어머니와 만난 서울교대 재학 시절, 아버지가 기타를 메고 앞으로 나가면 다들 웃느라 고개를 들지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병세는 점차 악화되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부모님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울증이 찾아왔고, 부부가 함께 정신과를 다니며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부부 중 한 사람만 그렇게 되어도 나머지 한 사람이 그걸 감당해 내기 힘들 텐데, 둘 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사유가 존재했겠지만, 나의 긴 방황 역시 한몫을 했다. 미안한 마음이 울컥 치솟아 올랐지만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해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어머니를 경유했고,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시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날들, 그 모든 나날들의 시간을 돌이켜봅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봅니다. 보다 신중하게 판단을 내리고자 숙고하는 모습들, 때로는 필요에 의해 강단 있게 결정을 내리고자 분투하는 모습들, 현관문을 두 번 세 번, 세 번 네 번 확인하는 사소한 일상의 습관들까지. 닮아가는 제 자신을 봅니다.

물론 지금도 함부로 모든 걸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힘겹게 배워나가야만 했는지, 왜 그렇게 살아가야만 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제가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는 다 알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다만 그때까지 계속해서 성장하겠습니다. 멈추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작아지거나 줄어들지 않겠습니다. 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인사를 드리는 순간에, 찰나에 많은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느낌,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