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시끄럽게도 울었다

부모님은 한평생을 초등학교 교사로 살았다. 자상한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학교에서 체육부장을 맡을 정도로 엄격했다. 유아 시절, 나는 아기 시늉을 한다고 혼났다. 그렇다고 “저 실제로 아긴데요.”라고 항변할 순 없었다. 유치원생 시절,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대련을 하다가 얼굴을 찼다는 이유로 두드려 맞았다.

이미 바닥에 쓰러졌는데도 계속해서 맞는 바람에 얼굴이 책장 속으로 처박혀버렸다. 나는 차마 거기서 재빨리 책을 꺼내 들고 “거 좋은 내용이구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였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와 함께 축구를 하던 중 아버지는 나에게 슛을 했고, 그 공은 저 멀리 날아가 벤치에서 데이트 중이던 아가씨의 뺨을 갈겼다. 깜짝 놀란 아버지는 황급히 아가씨에게로 달려가 “거기 골대 아니에요?”라든가 “1대 0?”이라고 말할 수 없어 사과를 했다.

어느덧 오로지 축구만 하던 중학생 시절, 패거리로 몰려다니던 고등학생 시절이 끝나 버렸다. 나에게 남아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대입 준비를 다시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수능을 수차례나 더(여전히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망쳐 버리고 말았다. 방황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청년 백수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돈 없이 쇼핑몰이나 기웃거리는 몰래츠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몰래츠’란 케빈 스미스 영화의 제목으로 할 일 없이 쇼핑몰 따위나 기웃거리는 인간 군상을 통칭한다). 당시 산발을 하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겉모습은 거의 폭두 백수에 가까웠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이상한 행동은 외로울 때 나온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빠져들었고, 가족 간의 갈등도 점차 심화되었다.

혼자 밤늦게 돌아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매일같이 현관에서 신발 정리를 했다. 특히 퇴근한 아버지의 구두를 출근하는 방향, 현관문 방향으로 빠짐없이 돌려놓았다. 달랑 그거 하나밖에 없었다. 그 후 언젠가, 여느 때처럼 또 한차례 가정에 불화가 터졌고,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화를 내다 말고 문득 이런 말을 했다. “저 녀석이 매일 밤 현관에 쭈그려 앉아 구두를 돌려놓거든? 아버지 출근할 때 편하라고. 나 그거 보면 솔직히 눈물 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 날 밤에 매미는 시끄럽게도 울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