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마루 고등학교

부푼 가슴을 안고 참석한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장의 훈화를 들었다. “여러분, 모두 인 서울 4년제나 전문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이 전문대 나온 거 아냐?” 면학 분위기는 개판이었고 나 역시 친구들과 장난과 월담, 집에 갈 때 몰래 남의 봉고차 뒤에 올라타 언덕 내려가기, 힘없는 고물상 할아버지가 끄는 리어카 한가운데에 올라탔다 혼나기 등을 즐겼다.

한 놈은 출석을 부를 때 아예 말 가면을 쓰고 대답했다. “근데 보통 고3이 말 가면 쓰냐?” 선생님마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이쿠, 갑자기 교실에 웬 말이 있어.” 당시 시끄럽게 굴던 녀석들을 싫어하던 모범생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선생이면 제재를 해.’ 또 한 놈은 남의 반 교실 뒷문에 달려 있던 창틀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꼈다. 다 쳐다봤다. 그 반 담임이 교무실로 돌아와 이런 불평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니, 종례 시간에 어떤 모르는 애가 와서 목에 칼을 쓰고 있잖아.”

한번은 시험 문제를 풀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봤더니 다 3번으로 줄그어 놨다. “커닝하려고 뒤를 돌아봤더니 웬 줄이 몇 개 있더라고.” ‘적어도 칸마다 3번을 찍는 노력이라도 하란 말이다.’ 친구들과 나는 당시 MRA라고 하는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명목상은 도덕재무장운동단체였지만 실제로는 전혀 도덕적이지 않은 선배들이 치어리더 놀이를 하는 동아리에 불과했다. “야야, 팔 더 쭉쭉 뻗어! 귀에 붙이라고!” 후배들은 단체로 한 시간 동안 양팔을 귀에 붙이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춤이니?’

선생님들께. 그때 장난을 많이 쳐서 죄송합니다. 인간사회와 환경 선생님, 수업 시간에 “어떻게 됐다고요?”라고 물어보셨을 때 “좆 됐어요.”라고 대답해서 죄송합니다. 일본어 선생님,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몇 반이지?”라고 했을 때 특유의 얌생이 목소리를 흉내 내 “1반이지.”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국어 선생님이자 담임 선생님, 현장 학습에서 장난치다 걸려 등짝을 맞을 때 “경찰 불러.”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그립습니다. 정작 그때는 행복을 몰랐습니다. 빨리 술, 담배나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인생이 매번 그런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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